진보와 보수 사이에 해오라기가 앉는다

진보와 보수 사이에 해오라기가 앉는다

김영남

진보적인 여자와 텐트를 쳐볼까, 보수적인 여자와 물놀이를 해볼까

텐트를 치며, 물수제비를 뜨며 계속 고민하는 나의 여름휴가.

이럴 땐 한번 물어보는 거다, 전 흔들리는 미루나무에게

가지의 모든 이파리까지 뒤집어

바람이 불 때마다 시스템적으로 사고하고 있으므로…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는 사이

해오라기 한 마리가 날아와 미류나무 꼭대기에 앉느다.

보라, 저 미루나무 꼭짓점을

저건 진보와 보수의 교묘한 절충이다.

아니다, 저건 야합이다.

금세 날아가버릴 새하얀 금언(金言)이다!

 

          21세기에는 영웅과 악당의 대결이 아니고 진보와 보수, 우익과 좌익 거기다가 new right라는 신보수까지 가세해서 서로의 이념을 받쳐주는 명분과 실리적인 이익의 절묘한 구심점 아래 모여 헤쳐를 하고있다.  시인은 야합이라고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실리인 것을. 완전한 보수, 완전한 진보는 세상에 없다. 그러나 고민하라. 나눌것인가 혼자만 먹을 것인가. 절충할 것인가. 인류의 오랜 고민을 해오라기 한 마리가 선문답으로 풀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