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서부 최대 산유지대인 앨버타주가 연방 잔류 여부와 관련한 주민투표 추진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캐나다 정계가 다시 분리주의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주민투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비구속적(non-binding) 성격이지만,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권한 갈등, 서부 지역의 정치적 소외감, 에너지 정책 갈등 등이 맞물리며 단순한 정치 이벤트를 넘어 국가 통합 이슈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연방정부는 이번 움직임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Brexit)와 유사한 정치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앨버타주 정부는 최근 오는 10월 실시 예정인 주민투표에서 캐나다 연방 체제와 관련된 질문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니얼 스미스(Danielle Smith) 앨버타주 총리는 주민들의 정치적 불만과 서부 지역 정서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투표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스미스 주총리는 독립 자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며 “나는 개인적으로 강한 연방주의자이며 앨버타가 캐나다 안에 남는 것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주민투표가 독립 선언이 아니라 주민 의견을 확인하기 위한 정치적 절차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연방정부는 주민투표가 예상보다 큰 정치적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독립 주민투표는 종종 위험 부담이 없는 협상 카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위험한 정치적 도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니 총리는 특히 영국의 브렉시트 사례를 언급하며 “처음에는 단순한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여겨졌지만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 중앙은행 총재 재임 시절 브렉시트 과정을 직접 경험한 점을 언급하며 “일단 정치적 움직임이 시작되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앨버타주의 분리주의 정서는 최근 갑자기 등장한 현상은 아니다.
캐나다 최대 석유·가스 생산지인 앨버타에서는 수년간 연방정부의 환경 정책과 탄소세 제도, 에너지 규제에 대한 반발이 이어져 왔다.
특히 서부 지역에서는 연방정부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정책을 이유로 석유 산업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역 경제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 총리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 정부 시절 도입된 탄소세와 송유관 규제 정책은 서부 지역 반발을 키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일부 독립 성향 단체들은 “연방정부가 서부 자원을 이용하면서도 정작 정치적 영향력은 충분히 인정하지 않는다”며 분리주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실제로 독립 운동 단체인 ‘Stay Free Alberta’는 독립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청원을 추진했으나 법원은 원주민 공동체 협의 절차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해당 절차를 중단시켰다.
이후 주정부가 별도의 주민투표 카드를 꺼내 들면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만 현재까지는 독립 여론이 우세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약 60% 이상의 앨버타 주민이 캐나다 잔류를 지지했으며, 실제 법적 효력이 있는 독립 투표가 실시될 경우 반대 비율은 더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민투표가 설령 법적 효력이 없더라도 정치적 상징성은 상당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 문제, 에너지 산업 투자, 국가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제계 역시 분리주의 논쟁이 확대될 경우 기업 투자와 에너지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이 단순히 독립 여부를 넘어 캐나다 연방 체제 내에서 서부 지역이 느끼는 정치적 불만과 권한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캐나다에서는 과거 퀘벡주가 1980년과 1995년 두 차례 독립 주민투표를 실시한 적이 있지만, 퀘벡 이외 지역에서 이처럼 분리주의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앨버타 논쟁이 향후 연방정부와 각 주 간 권한 재조정, 자원 정책, 국가 통합 문제를 둘러싼 새로운 정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