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봉투에 갇힌 길

종이봉투에 갇힌 길

김종성

낙타는 물 냄새로 길을 찾아가고

연어는 모태 양수 냄새로 길을 찾아가는데

검지로 찍어 길을 가다 외길에서 방향을 잃었다

왼손가락으로 찍은 자음과

오른손가락으로 찍은 모음으로 조합한 언어들은

해부된 실험용 물고기처럼 너덜거리게 구워져

베틀에 걸 수 없게 날줄과 씨줄이 엉켰다

얼기설기 가건물에서 찍어내는 황금잉어빵

재료 조합도 반죽 숙성도 어설퍼

황금잉어라 이름 하기에는 부끄러운 몸뚱이는

종합문예지 발겨 만든 봉투 속에서 굳어가고 있다

한 때 뜨거운 몸으로 하늘도 땅도 품은 적도 있지만

바람속의 갈대처럼 등줄기가 까맣게 그을려

촛농이 녹아 날개가 부러진 지금은

웃음 한 조각 슬픔 한잔 내려 놓은 곳이 없어

외길에서 길을 잃었다

            살다가 길을 잃는다. 돌아가자니 너무 멀리 와있다. 계속 가자니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다… 시인은 붕어빵이 되어 종합문예지로 만든 봉투안에 담겨있다. 누가 그에게 새로운 지느러미를 달아줄까?

김종성 시인은 월간 ‘문학세계’로 등단했고 시마을 동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