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단풍 들것네
김영랑
‘오메,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메,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메, 단풍 들것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몬트리올의 가을은 목마르게도 햇빛 아래 찬란하고 쳐들어오는 찬바람에 아직 적응이 서툴다. 부산하고 떠들석한 가족들의 추석 준비에 나도 가서 함께 끼어보고 싶다. 전라도 사투리가 이렇게 감칠맛나는 시어가 되어 가을의 음률을 휘적인다. 언어가 음악을 뛰어넘는다.
김영랑 시인의 본명은 윤식, 1903년 전남 강진 출생이다. 3.1운동 당시에는 체포되어 대구형무소에서 6개월간 옥고를 치뤘다. 아오야마가쿠인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1930년 ‘동백잎 빛나는 마음’을 발표하며 등단해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했다. 1949년 ‘영랑시선’ 간행 후 전쟁 중 사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