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언덕에

신동엽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 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
바람 비었거든 인정 담을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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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으면 자연스럽게 얼마전에 만남을 시작한 남북 이산가족이 떠오른다. 오랜 세월동안 가족이 서로를 볼 수 없게 만든 위정자들은 도데체 어떤 빌어먹을 이데올로기를 신처럼 받드느라  한반도에 이토록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것일까. 60년대 참여파 시인 김수영과 함께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해온 신동엽 시인은 남북문제와 독재를 고발하는 많은 시를 남겼다. 투사는 피를 흘리고 시인은 그것을 세상에 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