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꿈 1
정현종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 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소리 내어 그이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생이 흔들이는 소리를 듣는다.
먹물을 튀겨놓은 이 시의 해설들을 읽어보자면 “정현종 시인은 박남수의 사물 이미지 추구와 김춘수의 존재 의미 천착 경향을 겹쳐 놓은 듯한 시풍을 가졌습니다.” 라고 설명을 해놓는데 이건 설명이 아니고 독자를 아주 시로부터 도망치라고 붙여놓은 경고장으로 보인다. 시를 죽이는 방법도 가지가지라고 속으로 욕하고 있다. 그러니 독자들은 그저 날씨 좋은 하루 잡아 아무 공원에나 가서 나도 한 그루 나무처럼 편안하게 자연과 연애를 해보는 것으로 족하다.
정현종 시인은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