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권덕하
물속 바닥까지 볕이 든 날 있다
가던 물고기 멈추고 제 그림자 보는 날
하산 길 섬돌에 앉은 그대 등허리도
반쯤 물든 나뭇잎 같아
신발 끄는 소리에 볕 드는 날
물속 가지 휘어 놓고
나를 들여다보는
저 고요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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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한편을 찾아 이리저리 인터넷을 뒤적이다 만난 권덕하 시인. 시와 넋두리가 다르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은 여러 편의 시 중에 ‘볕’을 골랐다. 온갖 지저분한 치장을 걷어내고 오로지 정제된 단어를 만들기 위해 시인은 오래도록 무명의 시절을 거쳤고 또 그것이 아무렇지 않게 반짝이며 스며드는 시를 쓴다. ‘나를 들여다보는 저 고요의 눈’이 시인을 오래도록 단련한 힘일 것이다.
권덕하 시인의 시를 보고 있으면, 검이불루 화이불치 儉而不陋 華而不侈 라는 말이 떠오른다. 절제된 아름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