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록의 교육칼럼7 – 대학의 변신

혁신적인 대학교육으로 유명한 미국 올린 공과대학교 총장은 “산업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기술과 산업이 출현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자녀들에게 이 편협한 교육을 계속해서 강요한다면 이 교육이 40~50년 동안 자녀들의 경력을 유지하게 할 수 있을까?” 라고 질문을 하고 있다. 5대 요소별 국가 순위에서 교육시스템분야는 미국과 일본이 4위, 5위이고 한국은 19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 초∙중등 청소년을 둔 학부모님들의 최대 관심사는 대학이다.

그럼 대학을 가면 청소년들의 진로, 취업,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면으로 수긍하면서 대학입시를 해결하고 나서 그 다음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할것이다.

교육은 단계별 역할이 있다. 초∙중등 단계의 교육은 각 학문 분야에서 축적, 정련, 선정된 지식을 학생에게 가르침으로써 미래 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일이며 과거로부터 축적되어 온 지식을 현재 시점에서 미래를 전망하면서 가르치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한편 대학교육은 구조적으로 보수적인 초∙중등교육과는 달리 학문세계와 직업세계 등 사회 변화를 상대적으로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대학은 정상 과학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정상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변칙적 현상을 설명하려는 혁명 과학도 다루고 직업세계의 기술변화를 좇아가기도 하지만 그것을 선도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1980년대 이후 산업구조의 성장과 개편 그리고 경제발전에 따른 인력 수요를 충족하는 인력수요 접근법의 관점에서 양적으로 크게 팽창하였고 대학규모의 팽창은 과잉교육의 문제를 낳았고, 인력수요 접근법에 의한 대학의 양적 팽창은 fast follower(제품과 기술 추격자)를 길러내는 데 부분적으로 성공했지만 ‘대졸자는 많아도 쓸 만한 인재는 없다’는 대학교육의 질에 대한 기업과 사회적 불신을 형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4차 산업혁명의 확산은 이로 인하여 총체적으로 변화하는 사회를 살아갈 인재양성이라는 관점에서 대학 교육의 혁신을 요구하는 분야별 주장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대학교육의 혁신과 관련된 요구는 교육 방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참여와 경험, 기술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첫째 참여와 경험의 교육방법으로는 프로젝트 학습, 문제기반 학습, 팀 학습, 서비스 러닝, 탐구(발견)학습 등의 교육적 활용이 있으며 둘째 기술의 활용 교육 방법으로는 개인맞춤형 학습, 거꾸로 학습, 온라인 강좌의 적극적 활용,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교육적 활용이 있다.

또한 대학교육은 표층학습을 지양하고 심층학습을 지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많이 아는 것만 추구하는 “표층학습(surface learning)”으로부터 많이 알면서 동시에 깊이 알고 새로운 산출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는 “심층학습(deep learning)”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대학교육은 칸막이 교육(학과 단위)에서 융복합 교육(다양한 학과간의 넘나들기 교육)으로 변화를 요구 받고 있다. 기존 대학교육의 주류는 칸막이 교육이고 칸막이교육은 학생의 능력개발에 한계를 가지게 만들었다. 창의적 아이디어란 탄탄한 기반 지식을 기초로 지식간의 연계와 융합을 통해 산출되는 것이고 창의융합교육, 비판적 사고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융복합 교육(넘나들기 교육)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환자들이 심각한 병이 의심스러울 때 개인병원보다 종합병원을 찾는 이유는 실제 병이라는 복잡한 문제 사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분과적 의학지식과 의술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기에 환자들이 종합병원을 선호한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학의 교수∙학습센터의 운영 역량을 강화하여 교수들이 교수 중심의 강의에서 벗어나 학습자의 참여에 기반을 둔 자기주도 학습과 경험기반 학습으로 전환이 필요하고 지원이 되어야 한다.

이런 대학교육의 혁신과 변화에 주목 받는 대학으로 독일의 아헨공과대학교와 미국의 올린공과대학교가 있다.

독일의 아헨공과대학교는 독일의 MIT로 불리는 실용연구에 특화된 명문대학으로 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기반으로 산학협력기반이 매우 우수한 공과대학이다. 학교 내 19개의 연구 클러스터를 구축, 국내 및 다국적 기술 기반 기업 대상 R&D공간을 제공하여 대학·기업·연구소 공존 생태계 구성하여 120개 기업과 아헨공대 내 관련 부서 30개 입주하고 있다.

아헨공대 재직 교수의 대부분이 산업체 출신으로 구성되어 학교 교육과정과 실제 기업 간 현실적인 차이를 좁히고 교수들이 학교 내 직접 기업연구소를 설립하거나 기업 연구 과제를 진행하여 학생들이 학위 과정 중 자연스럽게 기업의 실제 연구 환경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미국의 올린공과대학교는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 기업가 정신, 그리고 인문과목을 강조하고 학과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크게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공학전공으로만 나누고 근처 대학과 수업 상호 인정제도를 통해 경영·인문학 수업도 접할 수 있게 융복합 교육환경을 제공한다.

올린공대에서는 이론에만 치우친 교육이 아닌 철저하게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을 제공하며 학생들은 기업을 위한 제품개발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엔지니어로서의 현장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실습환경을 제공한다. 교과서 중심의 이론 중심 교육에서 문제해결형 교육과정, 각 학년별로 특화된 교육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형 교육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기술과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인재로 키울 수 있는 교수학습 방식의 전환과 컴퓨팅 사고력교육 및 진로·기술 교육의 혁신, 혁신생태계의 중심지가 되기 위한 대학의 교육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대학은 학생을 위해 존재하기에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