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에서 살펴 본 은퇴자산관리방법들은 장기적으로 보면 투자자산이 크게 감소하거나 생전에 소멸될 가능성도 있다. 한 사례를 통해 보면, 40세, 평균여명 90세, 주식과 채권으로 이루어진 연 8%의 평균수익률, 65세 이후 매년 은퇴소득을 연 5%(물가상승률 반영)인출한다고 하자. 3만 달러를 투자하여 연평균 8%수익률로 늘어나면65세에는 20만 6천 달러로 자산을 증식시킬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수익률조건하에서 은퇴한 후 5%은퇴소득을 인출할 경우 투자자산은 14년 후인 79세에 바닥이 나고 만다(표 참조). 물론 이 경우는 초기에 투자수익률이 좋다면 자산이 고갈되지 않거나 자금고갈이 좀더 길어질 수도 있다.
투자이론으로 노벨상을 받은 미국의 머튼 교수는 은퇴설계는 마치 외과의사가 어려운 수술을 하는 것과 같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은퇴설계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은퇴할 때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은 부를 쌓는 것이 아니라 은퇴 전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은퇴 준비에 앞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한다. 은퇴를 준비하는 과정은 무조건 높은 수익률을 거둬 많은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은퇴를 두려워하는 것은 고정 수입이 사라지면서 은퇴 이전보다 생활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은퇴 후 원하는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소득이 어느 정도 필요한 지를 정하는 게 은퇴 준비의 첫걸음이다. 은퇴소득의 목표는 보수적인 목표와 희망하는 목표가 있다. 희망하는 목표소득은 은퇴 후 희망하는 소득대체율로, 은퇴 전 소득의 70%라면 이것이 희망 목표소득이다. 보수적인 목표소득은 현재 저축하는 금액과 은퇴 시기를 고려했을 때 달성확률이 높은 소득이다. 보수적인 목표소득과 희망하는 목표소득과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저축금액을 늘리거나 아니면 안전 위주 투자에서 벗어나 수익률이 높은 주식이나 기타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 일단 은퇴 후 희망하는 목표 소득을 달성하게 되면,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전부 줄이고 안전자산에만 투자하면 된다.
은퇴계획 시 필요한 정보는 현재 소득과 은퇴 예상 시기, 원하는 목표소득이며, 목표소득을 얻기 위한 저축금액, 목표달성 가능성 등이다. 은퇴 후 목표 수입을 정해놓고 개개인에 맞춤화된 은퇴 계획을 짜면 자연스럽게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배분할 수 있다. 머튼 교수는 은퇴 후 소득은 단계별로 나눠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확정된 수입을 통한 준비다. 연금저축이나 공적 연금, 확정급여형을 통해서 얻는 소득이다. 두 번째는 보수적인 목표 하에서 얻는 소득이다. 은퇴자에게 유동성을 제공하거나 유산으로 남겨주기 위한 목적의 소득이다. 세 번째는 희망소득으로 은퇴 후 사용하기 위한 소득이다.
은퇴계획 상담을 해보면 대부분 은퇴자산관리가 일반적인 투자자산관리전략을 활용하여 불확실한 확률에 노후를 배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은퇴자산관리는 주로 수익성에 기초한 일반자산관리와는 다르며, 어떤 상황에서도 보다 안전하게 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 앞에서 본 봐와 같이 종신연금이나 연금펀드와 같이 보장된 소득을 제공하는 수단을 통해 기본적인 은퇴소득을 확보한 후에 추가적으로 주식이나 뮤추얼펀드를 통해 추가적인 소득을 확보한다면 희망하는 은퇴목표를 달성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