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파이터

바람의 파이터

정봉희

울부짖음에는 필시 이유가 있다

목젖 아래 짐승 한 마리 키우는 까닭이다

평범하던 금요일 폭풍주의보가 발령되었고

야산 중턱 아래 삐걱거리던 나무의자가 자리를 옮겼다

폐업한 공장 옥상 위로 지나가는 전깃줄이

생을 건 바람 앞에 외줄로 맞선다

사력으로 버텨 보지만 속수무책이다

점심 가방을 버스 정류장에 슬며시 놓고

바람 부는 날 개처럼 죽고 싶어하는 사내가 있다

제 목에 걸린 소주 한 모금 취기를 핑계 삼아

공중으로 쏘아 올린 짐승의 포효소리

사내의 주먹은 더욱 격렬해진다

마치 먹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본능적 절박감이다

그런 목울대를 울리는 퉁소 소리는 도처에도 있다

저문 날 사내의 배꼽에서 우는 바람

바람이 할퀴고 간 자리에 나무는 왜 일어설 수 없는지

그 울음은 항변에 가까운 것이었다

활처럼 몸을 당긴 바람이 링 위에 선 사내를 안내한다

낮은 기류의 바람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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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분명 한 가정의 가장일 것이다. 세상에 맞서다 힘에 부쳐 가끔은 휘청이고 가끔은 술에 기대보기도하는 그러나 온 힘을 다해 살아가는 투사이기도 하다. 사는 것이 이토록 사투를 벌일만한 일인가… 하다가도 독자는 어느새 열심히 그를 응원하고 있게 된다. 비극에 맞서는 힘이 분명히 있으니 저사내도 다시 일어설 것이다. 정봉의 시인은 토론토 한인문인협회 회원이고 이 시로 한국 문예지 계간 <문학과 의식> 2016년 신인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