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은숙
올드몬트리올 노틀담성당은
파리가 그리운 퀘벡 사람들이 세운 건물이라지
우리는 모두 떠나온 사람
건너편 벤치에 앉아 바라보며
내게 그리운 것은 지금
어디 있을까
금빛으로 눈부시던 중앙청 앞 은행잎
내 살갗 위에 그 햇빛이 아직 남아있을까
그리워 바라볼 아무런 기억도 없이
여름 벤치에 앉아
나 그때 그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했었던가
투명한 햇빛 속에서
떠나온 곳과 가야 할 곳은
잊은 사람이 되어
‘잃어버린 시간’을 잊은 사람이 되어
올드몬트리올 여름벤치에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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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내가 무엇을 꿈꾸고 여기 왔는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어느날 문득 햇빛이 환하게 나는 좋은날 벤치에 앉아 문득 뒤돌아보니 예전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닮았을까… 스스로 묻게 된다. 중앙청은 철거되고 이제 은행나무는 자취도 없는데 무엇을 바라보며 그 시절을 그리워할까. 그리고 또 어느날 여기 앉아서 지금의 나를 다시 기억할 날이 올까… 이 시는 지난 6월6일 K-Nite 한국문화축제에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