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덕
지루한 생이다. 뿌리를 버리고 다시 몸통만으로 일어서다니,
한자리에 붙박인 평생의 불운을
누가 밧줄로 묶는가
죽어도 나무는 나무
갈매기 한 마리 말뚝에 비린 주둥이를 닦는다
생전에
새들의 의자노릇이나 하면서 살아온 내력이 전부였다
품어 기른 새들마저 허공의 것,
아무것도 묶어두지 못했다
떠나가는 뒤통수나 보면서 또 외발로 늙어갈 것이다
이 시가 그리는 생은 참으로 버겁다. 마치 누가 내 몸을 묶어서 평생 벌 세우고 있는데 그걸 말없이 받아들여야한다고 주문을 외는 것 같다. 누가 그대에게 감히 견디하고 하는가, 그럴 수 없다고 하라
마경덕 시인은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시집으로 ‘신발론’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