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강구항

 

겨울 강구항

송수권

상한 발목에 고통이 비듬처럼 쌓인다

키토산으로 저무는 십이월

강구항을 까부수며

너를 불러 한 잔 하고 싶었다

댓가지처럼 치렁한 열 개의 발가락

모조리 잘라 놓고

딱,딱, 집집마다 망치 속에 떠오른 불빛

게장국에 코를 박으면

강구항에 눈이 설친다

게발을 때릴수록 밥은 깊고

막소금 같은 눈발이         

포장마차의 국솥에서도 간을 친다

 

키토산은 갑각류 껍질에서 추출되는 항암치료 보조제다. 강구항에서는 잡은 게의 다리를 두드려 키토산에 들어갈 재료를 만드는 일들을 하는 집들이 늘어서 있나보다. 시인은 그 소리로 강구항을 깨부순다고 쓴다. 그렇게 생계를 잇는 집들의 삶이 윤택할 리 없을 것이고 그 부박함을 시인은 눈발을 가려줄 공간이 없는 포장마차 국솥에서 퍼 담은 게장국을 앞에 놓고 너를 불러 한 잔 하고 싶었다… 라고 담담하게 적는다. 그래서 이 시의 풍경은 더 스산하다.

송수권 시인은 1975년 ‘문학사상’에 ‘산문에 기대어’가 당선되어 세상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