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예언 – 김백겸

 

가을 예언

 

김백겸

 

낮잠을 자는 인생의 오후에 까치가 몰려와 아우성을 치는군요

창 밖에 단풍나무 잎사귀들이 자욱히 떨어졌습니다.

하늘에 양떼구름들이 동에서 서로 은하수처럼 뻗어있고요

바람은 목자의 지팡이를 지나 초원을 가로지르고 있네요

날개를 펴지 않은 예언들이

수리부엉이처럼 소나무 숲 푸른 가지 위에 쉬고 있습니다.

 

운명이여

당신이 나에게 사랑을 말씀하는 날

하늘의 한 귀퉁이가 무너져 별들이 지상에 내려앉고

바다는 해일을 일으켜 내 평화로운 인생을 폐허로 만들겠지요

지축이 뒤집어진 시간들이

새 영토의 권리를 주장하며 면류관을 쓰겠지요

 

그러나 아직은 폭풍의 전야처럼 세상이 평화롭고요

징조와 기미는 산 너머 흐린 산으로 물러서 있습니다.

길흉이 봉인된 점괘가

때가 익어 붉은 감처럼 허공에 걸렸는데

언제 이 두려운 계고장이 등기우편으로 도착할지

숨죽인 기쁨이 전전긍긍 가을나들이를 나서고 있습니다.

 

단풍이 다 진 가을의 풍경이 시인에게는 어떤 운명이 기다림이 되었나보다. 인생의 계고장이 도착하기 전에 가을나들이를 나서는 시인을 함께 따라나서보자 어떤 예언이 내게 오늘을 선물하는지.  김백겸 시인은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