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농담
김동준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이면 좋겠어
뻐꾸기 울어대는 산골이면 좋겠어
마루가 있는 외딴집이면 좋겠어
명지바람 부는 마당에는
앵두화 속절없이 벙글고
따스한 햇살 홑청처럼 깔린 마루에는
돌쩌귀처럼 맞댄 아랫도리 열불 나고
뻐꾸기 소리인지
곰팡이 슨 목울대에서 울리는 소리인지 모를
신음소리에 놀라
장독대 옆 누렁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그대로 마루에 벌렁 누워
아지랑이 몽롱한 한나절
늘어지게 낮잠 자면 좋겠어
그렇게
가벼운 농담처럼 사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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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무릉도원을 꿈꾸나보다 저런 날들이 내게도 올까…. 숨차게 살다 문득 시 한편 앞에 놓고 이 숨찬 세상이 나게에 무엇일까 발을 멈추게 한다. 김동준 시인은 1998년 ‘오늘의 문학’으로 등단해서 시집으로 ‘줄기 산행’, ‘우기의 숲’ 그리고 ‘물의 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