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t Whitman-
오 캡틴, 나의 캡틴! 두려움에 찼던 우리의 여정도 이제 끝났습니다.
배는 그 모든 폭풍을 견뎌냈고,
그토록 갈구한 우리의 꿈도 이루었습니다.
항구에 닿고 있으며, 우리를 반기는 종소리가 들려오고,
열광하는 사람들은 흔들림 없는 불굴의 당당함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 이 찢어지는 가슴
오 방울져 떨어지는 저 붉은 피
싸늘하게 주검이 되어 갑판에 누워있는
나의 캡틴.
오 캡틴, 나의 캡틴! 일어나 저 종소리를 들으소서.
일어나 보소서. 당신을 위해 흔드는 저 깃발과 떨리는 나팔소리
당신을 기다리는 저 꽃다발들과 리본 달린 화환들,
물가에 모여 당신을 보려고 흔들리는 저 민중들의 열에 뜬 얼굴들을.
다 왔습니다. 캡틴 나의 아버지시여!
당신의 머리를 괴고 있는 이 팔!
당신이 차갑게 죽어 누워 있는 이 갑판이 꿈이기를.
나의 캡틴은 대답하지 않습니다.
그의 입술은 창백하고 움직일 줄 모릅니다.
내 아버지는 나의 팔을 느끼지 못하시며,
맥박도 어떤 의지도 없으십니다.
배는 무사히 닻을 내리고, 항해는 모두 끝났습니다.
끔직한 여정에서 승리한 배는 쟁취한 이상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오, 땅이여, 기뻐하라. 그리고 종을 울려라!
그러나 나는 비탄에 잠겨
나의 캡틴이 차갑게 죽어 누워있는
여기 이 갑판 위를 걷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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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맨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이 시를 보면, ‘청년 문재인을 감옥에 집어넣은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문재인 같은 이들이 피 흘려 쟁취한 선거제도를 통해, 그 문재인에게 승리하게 된 이 상황보다 더 아이러니한 일이 있겠느냐고…(중략) 글의 끝에서 나는 희망을 말해야 한다는 강박에 졌다. 진정으로 절망할 권리가 있는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며 나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고 쓴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칼럼이 생각난다. 링컨을 좋아했던 휘트먼과 해외동포 투표에서는 박근혜보다 훨씬 많은 표를 받은 문재인 후보를 좋아했던 유권자들에게 2012년 12월19일 술을 권하던 투표 결과를 보고나서 죽은 자는 캡틴이 아닌 바로 내가 훔었던 희망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