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3 – 여름철 곰팡이와 피부질환

여름철 덥고 습한 날씨는 주변 환경도 불쾌하게 만드는데 그중 한 이유가 세균과 곰팡이가 쉽게 번식하기 때문이다. 장마철에 집안 곳곳 퀴퀴한 냄새의 곰팡이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따뜻한 기온과 습기로 실내가 눅눅해져서 진균(곰팡이)이 번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체온이 상승하고 평소보다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서 진균에 의한 피부 질환이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불볕더위와 싸우며 지친 몸에 곰팡이 감염까지 동반되어 온종일 가려움증에 시달리게 되면, 저하된 체력이 더욱 떨어져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면서 후유증도 남을 수 있다.

흔히 무좀균으로 알려진 피부사상균(Dermatophytes)은 신체 표면의 각질을 먹이 삼아 여름철에 활약하는 대표적인 진균이다. 피부사상균은 우리 몸 모든 부위의 피부에 침범할 수 있지만 주로 손발, 사타구니, 모발 등 피부 가장 바깥층에서 번식하여 ‘백선’이라는 피부 표면 질환을 유발한다.

백선증은 발 백선으로 흔히 무좀이라고 불리며, 장시간 구두를 신고 일하는 직장인에게 자주 나타난다. 무좀은 남성뿐만 아니라 스타킹과 높은 구두, 레인부츠를 자주 신는 여성의 경우에도 발에 땀이 잘 차면서 통풍이 되지 않아 곰팡이 감염이 쉽게 발생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무좀의 경우 유병율이 남녀 구분 없이 똑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의 경우 만성적으로 잘 안 낫는 무좀이 몸 이곳저곳에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발가락 사이에 틈이 별로 없는 4번째와 5번째 발가락 사이, 혹은 3번째와 4번째 발가락 사이에 피부가 하얗게 짓무르면서 심한 경우 염증이 동반되어 악취가 나기도 한다. 발바닥이나 발의 가장자리에 소수포가 생기면서 심한 가려움증이 나타나기도 하며, 발바닥 각질이 두꺼워지면서 긁었을 때 가루처럼 각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완선이라고 불리는 사타구니 백선은 종일 앉아있는 수험생이나 더운 사무실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직장인 남성에게 자주 발생하는데, 사타구니는 온도가 높아지면서 땀이 차기 쉽고 통풍이 잘되지 않아 곰팡이가 살기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진균성 피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샤워 후에 몸을 완전히 건조한 후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고, 평소에도 땀이 차서 눅눅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등 곰팡이가 잘 번식하는 조건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무좀이나 완선은 초기에 항진균제 연고를 바르는 것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자주 재발하기 때문에 추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몸이 건강한 상태에서는 적절한 처치와 함께 증상이 빠르게 소실되지만, 신체 면역 기능이 떨어지면 증상이 만성화되거나 재발할 위험성이 높다. 

전통 한의학 외용제인 ‘자운고(紫雲膏)’는 피부 재생 작용 및 상처 치유 효과가 있어 임상에서는 습진, 건선, 알레르기성 피부염, 아토피성 피부염 등 다양한 피부 질환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며, 백선증의 경우에도 환부에 꾸준히 바르면 피부 표면 면역이 강화되어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