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2 – 임신 중의 한약복용

“임신 중인데 한약을 먹어도 되나요?” 한의사라면 누구나 이 같은 질문을 받아 보았을 것이다. 임신 중에 약물을 복용하면 태아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 한약이나 침, 뜸, 부항 등의 치료를 주저하는 것이 현실이다. 임신기간에는 임산부가 겪는 질환이 태아에게 직접영향을 주기도 하고 그 질환으로 복용하게 되는 약물로 인해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임신 중 약물복용은 신중해야 하지만 질병상황을 참고 견디는 것보다 태아의 안정을 도모하면서 질병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임신 중에 입덧을 하거나 하혈, 복통이 발생하는 경우 한약복용을 통해 증상이 다소 완화되거나 완전히 치료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유산경험이 있는 임신부는 임신초기부터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또 임신 중 감기에 걸리거나 발목이나 허리를 삐끗하거나, 소화불량이 생기면 그냥 참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에도 쓸 수 있는 처방과 치료법들이 있다. 모 한방병원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불임 및 습관성 유산을 치료받는 과정에서 임신이 확인된 환자 185명 중 임신 중 한약을 투여했고, 추적조사가 가능했던 81명을 대상으로 기형발생여부와 유산, 조산발생 등에 대한 연구를 시행했다. 임신 중 한약이 투여된 상황을 살펴보면, 임신 중 제반 질환의 치료, 태아가 안전하게 자리 잡게 하기 위한 목적, 순산을 위한 것들 이었다. 습관성유산환자 및 절박유산환자의 경우 임신의 유지와 태아의 안정화를 위해 투여한 결과, 모든 사례에서 정상적인 분만으로 이행됐고, 기형발생의 보고는 전혀 없었다. 습관성유산환자 22명중 12명이 정산적인 분만에 이르렀고, 절박유산환자 16명중 11명이 임신이 유지되고 정상적인 분만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여러 한의학서적과 논문에서 보면 임신 중에 필요에 의해 한약을 복용하는 것은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물론 모든 한약재가 산모와 태아에게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임신 중 복용을 주의하거나 금지하는 약재가 명시돼 있고 이를 제외한 약재를 이용한 처방은 안전하다는 뜻이다. 임신 중 한약처방은 수천 년의 경험을 통한 것으로 현대에 와서 여러 논문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만큼 소중한 자신의 몸과 태아의 안정착상을 믿고 한의학처방을 따라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