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고 체해서 속이 메스껍거나 머리가 아프면 엄지손가락을 바늘로 따고 피를 낸다. 이 같은 민간요법은 기혈이 막혔을 때 이에 상응하는 부위를 자극해 막힌 기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한의학의 이론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건강의 기본은 혈액순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혈액은 영양소와 노폐물, 가스, 호르몬 등을 온몸에 전달한다. 물질대사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은 몸 밖으로 배출한다. 그런데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면 각 장기마다 영양분을 전달하지 못하고, 나아가 신체조직이나 기관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근육과 관절의 통증도 마찬가지이다.
한의학에서는 혈액순환장애를 치료할 때 혈액 속의 어혈(瘀血)을 제거하는 방법을 쓴다. 어혈이란 혈액의 점성이 높아져 쉽게 혈액이 정체되고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정상적인 혈액의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어혈은 왜 생기는 것일까? 한의학에서는 외상 또는 육류나 유제품을 과도하게 섭취해 동물성지방이 필요이상으로 쌓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평소 과식하는 습관 탓에 어혈이 생기기도 한다. 몸 속에 남아 있는 에너지가 중성지방의 형태로 쌓여 혈액 속에 기름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잘못된 생활습관도 어혈을 생기게 한다. 대부분 현대인들은 운동량이 부족해 근력이 떨어진다. 이렇게 몸 속의 신진대사기능은 약해졌는데도 당분과 지방이 많은 식사를 하기 때문에 대사기능이 현격히 떨어진다. 또한 잦은 음주와 흡연,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노르아드레날인이 늘어나면서 혈관이 수축된다. 좁아진 혈관은 혈액이 통과하기가 어려워 혈액순환의 문제가 생기기 쉽다. 특히 폐경기여성은 주의를 필요로 한다. 여성호르몬의 분비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콜레스테롤수치는 높아져서 어혈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한의학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너무 쉬어서 생기는 병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다. 대부분의 병은 너무 많이 써서 오지만 그 반대로 있기 마련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시쳇말로“인터넷 페인(廢人)”이라는 말도 있다. 적당한 운동과 신체노동을 전혀 하지 않고 식음과 수면마저 가볍게 여기고 컴퓨터에만 매진하는 젊은 층이 많아 걱정이다. 적당한 운동이나 노동을가미해야 온전한 건강이 됨을 깨닫기 바란다.
근 골계질환은 기혈(氣血)순환의 문제가 가장 많다. 일단 이런 질환이 발생했을 때는 무리한 활동과 운동은 삼가는 게 좋다. 그래도 좋아지지 않는다면 가까운 한의원에 전문가와 상담하고진료를 받기 바란다. 증상에 따른 기혈의 흐름을 원활히 해 통증을 없애고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오래 사는 것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을 누리며 사는 게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통증으로 삶의질이 나쁜 오랜 삶! 한번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