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환자 한 분이 한의원을 방문했다. 이 분은 한국에서 2년간 영어교사로 일한 경험이 있고 현지에서 여자친구도 사귀었다고 자랑을 늘어 놓았다. 방문 목적은 최근 기운이 떨어지고 성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한의원을 방문해 진단해 본 결과는 신장(kidney)가 허약하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벌써 4년이 경과됐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소변의 이상이 생겼는지 다시 진단을 부탁했다. 다민족이 모여 사는 캐나다에서 한의사로 임상을 하려면 많은 경험이 필요한 듯하다. 햇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종의 환자를 치료해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피부색이 다른 환자를 망진할 때 오진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굴 피부색이 같다고 해도 세부적으로 다른 경우가 많다. 동양인의 대표적인 황색인종이라 하더라고 다 같은 황색이 아니듯이 백인과 흑인도 마찬가지다. 동양인도 국가별로 따져보면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피부색이 비슷하지만 동남아로 가면서 색이 검황색으로 차이가 난다. 동남아에서 인도로 넘어가면 골격은 백인인데 피부색은 갈색 또는 흑색에 가깝다.
한의학적 진단은 망진(望診), 문진(問診), 문진(聞診), 절진(切診)의 사진(四診)을 거쳐 실시한다. 그 중 얼굴색 등 환자의 외모를 보고 진단하는 것을 망진이라고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인체가 하나의 유기적인 정체이므로 오장육부에 문제가 생기면 국부의 병리변화로 색이 피부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망진은 얼굴만 보는 것이 아니고, 환자의 자세, 배설물까지 관찰한다.
얼굴색은 오장육부의 외적인 표현이라고 하는데, 청색은 간, 황색은 비장과 위장, 붉은 색은 심장, 백색은 폐장, 흑색은 신장으로 나타난다. 정상적인 색은 정,신,기,혈, 진액이 충족할 때 피부로 나타나는데 우선 동양인은 황색으로서 약간의 홍황이 섞여 있고 윤기가 있어야 정상이라고 볼수 있다. 예외로 유전적인 요인으로 얼굴색이 다를 수 있다. 백인도 병원시트처럼 아주 백색이 아니며 피부에 광택이 있으면 정기와 기혈이 있는 증거이므로 정상이다. 흑인도 색이 진한 흑인과 색이 흙색 비슷한 토인과도 구별해야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에디오피아인이 여기에 가까운 것으로 구별해야 할 것이라고 사료된다. 흑인환자에게 한방진단을 해주면서 4년 전 한국에서 한의사가 신장이 허약하다고 말한 것은 과도한 방사를 조심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풀어 설명했다. 흑인 환자는 이해를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망진은 환자의 영양상태, 혈색, 황달, 부종, 기거동작, 대소변의 농도와 색 등으로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