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4. 침 치료와 한방 상식

– 침법에는 개합 보사라는 것이 있다. 즉 침을 빼고 혈위를 손가락으로 얼마간 막으면 보법(補法)이고 침을 뺀 후 손가락으로 막지 않으면 사법(瀉法)이다.

이 이론은 침을 맞은 후 혈위를 손가락으로 막아 정기소모를 막고 침을 맞은 후 혈 위를 열어두어 사기(邪氣)의 배출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 침을 맞은 후에 혈위를 통한 정기의 소모가 심해지는 것은 물론 열린 혈위로 찬 기운 등 나쁜 기운이 침입할 수도 있다. 또한 침 맞은 혈위를 통해 감염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는데 열린 혈위가 다 닫히기 전에 외부의 강한 기운에 노출되면 이에 대한 방어벽이 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 흔히 말하는 침 몸살은 침 치료에 의한 기운 조절이 강한 탓에 몸이 그것을 버티기 어려워서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침 맞은 후에 주의를 하지 않아서 나타난다. 혈위가 물이나 공기에 노출 될 때는 차가운 기운이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사기의 배출이 일어나는 중에 갑작스럽게 찬 기운에 노출되면 근육이 수축되어 혈위가 닫히게 되어 사기의 배출이 중단된다.

따라서 침을 맞은 부위의 혈위를 통해 기운의 조절과 사기의 배출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난 후에 외부에 강한 기운을 접하는 것이 좋다. 보통 2시간 정도 지나면 침 맞은 부위의 혈위가 닫히게 되므로 그 후에 물로 씻거나 외부에 강한 기운과 맞닿아도 방어가 가능하다. 따라서 침을 맞은 후 최소한 두 시간 정도 지난 후에 목욕을 해야 괜찮다.

– 또 나이드신 분들 중에는 침을 맞은 후에 피가 나와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꽤 있다. 출혈이 수반되면 침 치료를 통해 몸 속에 나쁜 피가 빠진다는 생각에 일시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나쁜 피란 정상적인 혈관을 벗어나 있는 혈액 즉 어혈을 말하는데 흡수되지 않았을 때 정체되어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어혈은 제거해 주어야 하는데 타박상 어혈이 있는 경우에는 부항요법이나 침으로 하는 사혈요법을 쓸 수 있다.

– 사혈요법이란 일부러 출혈을 일으키는 치료법으로 급만성 편도선염, 급성 염좌, 일부의 두통, 비염, 급성 결막염, 손저림, 습진 등에 쓰인다. 다만 허약체질, 빈혈, 저혈압, 임신부나 산후에는 신중하게 적용하고 출혈 경향 및 동맥류나 정맥류가 있는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못한다.

– 혈관과 신경이 집중된 곳에 경혈이 대부분 있기 때문에 침을 놓을 때 출혈되는 경우가 흔히 있지만 사혈요법을 쓰지 않았다면 자침 후에 출혈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고로 침을 맞은 후 피가 나와야 효과가 있다는 말은 속설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