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항소법원 “재택근무도 파업 대체인력 규제 대상”…노동법 적용 범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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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주 항소법원이 파업이나 직장폐쇄 기간에 재택근무자를 이용해 노동조합 소속 직원들의 업무를 대신하도록 하는 행위도 일정한 조건에서는 노동법상 금지된 대체인력 사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근무 장소가 회사 밖이라는 이유만으로 파업 대체인력 금지 규정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된 노동환경에서 중요한 법적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퀘벡 항소법원은 지난 11월 5일 졸리에트(Joliette)의 시멘트 공장을 운영했던 그룹 CRH 캐나다(Groupe CRH Canada)와 노동조합 유니포(Unifor) 사이의 분쟁에서 노동조합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항소법원 판사 3명은 2023년 퀘벡 고등법원이 내린 판결을 뒤집고, 앞서 노동행정재판소(Tribunal administratif du travail·TAT)가 내렸던 결정을 다시 유효하게 했다.

이번 사건은 2021년 6월 회사 측이 졸리에트 시멘트 공장에서 직장폐쇄(lockout)를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직장폐쇄는 노사분쟁 과정에서 사용자가 근로자들의 사업장 출입이나 근로 제공을 제한하는 조치다.

당시 회사는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직원 한 명에게 직장폐쇄 대상 직원들이 평소 수행하던 일부 업무를 맡겼다. 해당 직원은 졸리에트 사업장에 소속돼 있었지만 실제 업무는 자택에서 원격으로 수행했다.

노동조합은 이 같은 업무 배정이 퀘벡 노동법(Code du travail)의 파업 대체인력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회사 측은 해당 직원이 공장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근무했으므로 사업장 내 대체인력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퀘벡 노동법은 파업이나 직장폐쇄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노동쟁의에 참여하는 근로자들의 업무를 일정한 대체인력에게 수행하도록 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어로 ‘브리죄르 드 그레브(briseurs de grève)’라고 불리는 파업 대체인력에 대한 규제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과 쟁의행위의 실효성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법률에서 사용하는 ‘사업장(établissement)’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있었다. 전통적인 제조업 환경에서는 사업장을 공장이나 사무실처럼 물리적인 장소로 이해하기 쉽지만,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근로자가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장소와 소속 사업장이 달라지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노동행정재판소는 2021년 회사의 대체인력 사용이 노동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퀘벡 고등법원은 2023년 사업장이라는 개념을 직원의 자택까지 확장해 해석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기존 결정을 뒤집었다.

이후 사건은 항소법원으로 넘어갔으며, 이번 판결에서 다시 노동조합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항소법원은 해당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서 직원이 자택에서 근무했다는 사정만으로 파업 대체인력 금지 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격근무 방식이 노동법상 제한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에 관한 법적 논의에도 중요한 기준이 마련됐다.

이번 소송에는 당사자인 회사와 노동조합 외에도 퀘벡 고용주협의회(Conseil du patronat du Québec), 퀘벡노동자연맹(FTQ), 캐나다공공서비스노조연맹(Alliance de la Fonction publique du Canada) 등이 참여해 의견을 제시했다. 노동계와 사용자 단체가 모두 이번 판결에 관심을 보인 것은 그만큼 향후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유니포 퀘벡지부는 판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노동조합은 재택근무라는 근무 형태를 이용해 파업 대체인력 금지 규정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판결이 모든 재택근무자에게 일률적으로 대체인력 금지 규정이 적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적용 여부는 근로자의 소속 사업장과 업무 내용, 노동쟁의 당시의 상황, 관련 법률 조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몬트리올을 비롯한 퀘벡주 전역의 기업과 노동조합에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제조업뿐 아니라 사무직과 정보기술, 행정지원 등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종에서도 노동쟁의 기간 업무 배정 방식에 대한 법적 검토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퀘벡주는 다른 북미 지역과 비교해 파업 대체인력 사용에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이번 항소법원 판결은 이러한 노동법의 보호 목적을 새로운 근무환경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향후 기업들은 파업이나 직장폐쇄 기간에 비노조 직원 또는 외부 인력을 활용할 경우 실제 근무 장소뿐 아니라 해당 업무가 어떤 사업장과 연결돼 있는지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