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월 1일이면 수십만 명이 한꺼번에 이사를 하는 퀘벡주의 독특한 전통인 ‘이삿날(Moving Day)’이 심각한 주택난 속에 점차 본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한때 이웃과 친구들이 함께 새 출발을 축하하는 지역 축제로 여겨졌던 이삿날이 이제는 치솟는 임대료와 주택 부족을 상징하는 날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퀘벡 주에서는 대부분의 주택 임대계약이 6월 30일 종료되고 7월 1일부터 새 계약이 시작되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이 때문에 매년 7월 1일이면 몬트리올을 비롯한 퀘벡 전역에서 수많은 주민이 동시에 이사를 하며, 거리에는 이삿짐 차량이 줄지어 서고 사용하지 않는 가구와 생활용품이 쏟아지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 전통은 프랑스 식민지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겨울철 강제 퇴거를 막기 위해 봄철에 계약을 종료하도록 했던 제도가 이어졌고, 이후 1973년 퀘벡 주정부가 학생들의 학사일정을 고려해 계약 종료 시점을 7월 1일로 옮기면서 오늘날의 ‘이삿날’ 문화가 자리 잡았다. 법적으로 모든 계약이 이날 종료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도 대부분의 임대차 계약이 이 일정에 맞춰 체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퀘벡 주택시장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이삿날의 의미도 크게 달라졌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몬트리올의 평균 임대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약 35% 상승했다. 퀘벡주 전체 평균 임대료 역시 2018년부터 2025년 사이 약 60% 오르면서 임차인들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몬트리올은 현재 북미에서 공실률이 가장 낮은 도시 가운데 하나로 평가될 만큼 임대주택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택난이 심화되면서 과거처럼 더 나은 집을 찾아 이사하기보다 기존 계약을 유지하려는 세입자가 크게 늘고 있다.
오래된 임대계약을 유지하는 세입자들은 현재 시세보다 훨씬 낮은 임대료를 내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사를 할 경우 급등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집을 구해야 하는 주민들은 높은 임대료와 부족한 공급으로 인해 원하는 주거지를 찾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이삿날을 앞두고도 수천 가구가 새 거처를 찾지 못해 주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임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퀘벡 주택시장의 구조적인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주거권 단체들은 올해 이삿날을 맞아 몬트리올과 퀘벡시 등 여러 도시에서 집회를 열고 임대료 안정 대책과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삿날은 더 이상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주거 불안과 높은 임대료, 그리고 주택 부족을 상징하는 날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거권을 퀘벡 인권헌장에 보다 강하게 반영하고 임대료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문가들도 퀘벡주의 이삿날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친구와 가족이 함께 이사를 돕고, 거리에서 버려진 가구를 재활용하며 공동체 문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삿날이 “얼마나 좋은 집으로 옮기느냐”보다 “새 집을 구할 수 있느냐”를 걱정하는 날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도 7월 1일 몬트리올 곳곳에서는 수많은 이삿짐 차량과 거리의 가구들이 예년과 같은 풍경을 연출했지만, 그 이면에서는 치솟는 주거비와 공급 부족이라는 현실이 시민들의 삶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한때 퀘벡주만의 독특한 문화와 공동체 정신을 상징했던 ‘이삿날’이 이제는 주택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회적 상징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