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빈곤 성적표 ‘D+’…식품 불안·주거비 부담 여전

Food Banks/Banques alimentaires Canada X

캐나다가 빈곤 및 식량안보 대응 수준을 평가한 전국 보고서에서 지난해에 이어 낮은 수준인 ‘D+’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은행 이용자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생활비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 대응이 없을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 최대 식품은행 네트워크인 푸드뱅크스 캐나다(Food Banks Canada)는 최근 발표한 ‘2026 빈곤 보고서(Poverty Report Cards)’에서 캐나다 전체 등급을 D+로 평가했다. 이는 지난해 D 등급보다 소폭 개선된 것이지만 여전히 빈곤과 식량 불안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국 및 각 주·준주의 빈곤율, 실업률, 주거비 부담, 정부 지원 수준, 식량 불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평가했다.

푸드뱅크스 캐나다는 “일부 긍정적인 정책 변화로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현재의 진전은 매우 취약한 상태”라며 “정부가 지속적으로 빈곤 감소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성과가 쉽게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의 전체 빈곤 대응 등급은 D+에 머물렀다. 특히 식량 불안정성(Food Insecurity) 부문은 F 등급을 기록하며 가장 취약한 분야로 나타났다. 실업률 역시 F 등급을 받았으며, 생활비 부담과 주거비 상승이 빈곤 심화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약 42%의 가구가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3년 36% 수준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로, 높은 주택 가격과 임대료 상승이 서민층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국민 가운데 66%는 현재 지원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는 2023년 45.9%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로, 물가 상승 속도를 정부 지원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식품은행 이용 증가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푸드뱅크스 캐나다는 최근 수년간 식품은행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식량 불안정성을 겪는 가구 비율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고용 불안과 주거비 상승, 높은 생활비가 식품은행 의존도를 높이는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주별 평가에서는 퀘벡주가 전국 최고 수준인 C 등급을 기록했다. 매니토바주 역시 C- 등급을 받으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반면 뉴브런즈윅주는 유일하게 낙제 수준인 F 등급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퀘벡이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낮은 빈곤율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점수는 전년보다 다소 하락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다른 주들이 일부 정책 개선을 통해 격차를 좁히고 있는 반면, 퀘벡의 빈곤 감소 정책은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보고서는 일부 긍정적인 변화도 확인된다고 평가했다.

연방정부가 올해 도입한 식료품·생활필수품 지원금(Groceries and Essentials Benefit), 자동 세금신고 확대 정책, 치과보험 확대, 아동수당 강화 등이 빈곤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전체 등급을 지난해 D에서 올해 D+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푸드뱅크스 캐나다의 크리스틴 비어즐리 최고경영자(CEO)는 “캐나다는 지금 빈곤 감소를 위한 세대적 전환점에 서 있다”며 “고용보험(EI) 개혁과 사회복지 제도 개선, 생활비 부담 완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특히 현재의 고용보험 제도가 비정규직,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등 현대 노동시장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연방정부 차원의 구조 개혁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캐나다 경제가 고용시장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서민층 체감경기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식료품 가격과 임대료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추가 지원과 구조적 개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식품은행 이용자 증가와 빈곤 심화 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