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CBP)이 4월 20일부터 상호관세(IEEPA) 환급을 위한 전자 시스템 ‘CAPE(Consolidated Administration and Processing of Entries)’를 가동한다. 2월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단 이후 U.S. Court of International Trade(CIT)이 환급 명령을 내리고, CBP가 후속 시스템 구축 계획을 제시한 흐름이 실제 집행 단계로 이어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상호관세 환급이 본격적인 실행 국면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CAPE 도입은 단순한 절차 개선을 넘어 환급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에는 통관건(Entry)별로 개별 환급이 이루어졌다면, CAPE는 수입자(Importer of Record, IOR) 단위로 환급을 통합 처리한다. 수입자 또는 관세사가 ACE 포털을 통해 CAPE Declaration을 제출하면, CBP는 해당 통관건에서 IEEPA 관세 항목을 제거하고 재정산을 진행한다. 이후 환급금은 이자와 함께 지급되며, 여러 건의 통관이 하나로 묶여 지급되는 구조다. 다수의 통관을 처리한 기업일수록 행정 효율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절차 또한 비교적 명확하다. ACE 포털 계정을 확보하고, 환급금을 수령할 ACH 계좌를 등록한 뒤 CAPE Declaration을 제출하면 된다. CBP는 이를 검토한 후 정산 또는 재정산(liquidation/reliquidation)을 통해 환급을 집행한다. CAPE는 환급을 위한 공식적인 전자 신청 경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제도적 기반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CAPE는 완성된 시스템이 아니라 ‘1단계(Phase 1)’에 해당한다. 적용 대상은 미정산 통관건과 정산 후 약 80일 이내 통관건으로 제한된다. 이는 기술적·행정적 처리 역량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으로, 전체 환급 대상 중 일부만 우선적으로 처리되는 구조다. 이미 정산이 완료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통관건이나, 구조가 복잡한 거래는 이번 단계에서 바로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CBP 역시 향후 단계에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환급이 ‘신청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CAPE는 자동 환급 시스템이 아니라, 수입자 또는 관세사가 직접 Declaration을 제출해야 절차가 개시된다. 이는 기업의 준비 상태에 따라 환급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데이터 정리가 미흡하거나 통관 정보가 정확히 정리되지 않은 경우, 일부 통관건이 누락되거나 처리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환급 규모 역시 전례 없는 수준이다. CBP 자료에 따르면 약 33만 수입자와 5천3백만 건 이상의 통관 데이터가 대상이다. 이러한 규모를 고려할 때 시스템 가동과 동시에 모든 환급이 신속하게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초기에는 처리 순서, 데이터 검증, 시스템 안정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일정한 시간 소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U.S. Court of International Trade(CIT)에서는 소송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 선도사건(Lead Case)이었던 Atmus Filtration 사건이 종료된 이후, 법원은 Euro-Notions Florida 사건을 중심으로 동일한 쟁점을 계속 심리하는 구조로 전환하였다. 이는 향후 환급 범위와 기준이 특정 선도사건의 판단을 중심으로 형성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의 대응 전략도 보다 다층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CAPE를 통한 환급 신청 이후, 일부 통관건이 제외되거나 거절될 경우 Protest를 제기하고, 이후 CIT 소송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구조가 예상된다. 즉, 행정적 절차(CAPE) → 행정 불복(Protest) → 사법적 판단(CIT)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법원이 이미 상호관세의 위법성을 명확히 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행정 불복 절차를 반드시 순차적으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환급 지연이나 행정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Protest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CIT에 소송을 제기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법원의 판단 범위 내에서 환급 권리를 보다 신속하고 확실하게 확보하려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특히 CIT가 Lead Case 중심으로 쟁점을 정리하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조기에 소송을 제기하여 해당 흐름에 포함되는 것이 향후 환급 범위와 적용 방식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결국 CAPE, Protest, CIT 소송은 서로 분리된 절차가 아니라 하나의 연속된 대응 체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CAPE 도입은 상호관세 환급의 ‘출발점’이다. 환급 절차는 마련되었지만, 적용 범위와 처리 속도, 그리고 개별 기업의 준비 수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업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전략적 대응이다. ACE 계정 정비, ACH 등록, 통관 데이터 검증과 같은 기본 준비는 물론, 환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는 통관건에 대한 대응 방안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행정 절차와 병행하여 소송을 통한 권리 확보 전략도 고려할 시점이다.
상호관세 환급은 이미 방향이 정해진 사안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환급이 이루어지느냐’가 아니라, ‘그 환급을 얼마나 확실하게 확보하느냐’다. CAPE는 그 시작이며, 기업의 대응 전략이 그 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김진정 변호사 / 관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