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해 성탄절 기간 카리브해의 자메이카 휴양지에서 ‘공짜 호화’ 휴가를 보냈다는 논란으로 캐나다 하원이 시끄럽다.
캐나다 하원은 17일(현지시간) 트뤼도 총리의 성탄절 휴가 논란을 다루기 위한 조사위원회를 구성, 하원 이해충돌·윤리위원회의 콘래드 폰 핀켄쉬타인 위원장을 출석시켜 따지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올해 1월 4일까지 성탄절 휴가를 보내기 위해 지인 소유인 자메이카의 한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머물렀으나 이 휴가가 공짜로 제공됐다는 의혹이 일면서 구설에 시달렸다.
처음 의문은 지난해 말 한 일간지의 폭로 보도로 제기됐으나 이후 총리실이 휴가 비용 내용과 이를 누가 지불했는지 등에 관해 여러 차례 말을 바꾸면서 의혹을 키웠다.
보도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와 가족은 일박 숙박비가 9천300 캐나다달러(약 923만원)에 이르는 호화 빌라에 머물렀다. 이 빌라 소유주는 트뤼도 일가의 친구 사이인 피터 그린으로 드러났다.
9일간 체류 비용을 트뤼도 총리가 지불했다면 총 8만4천 캐나다달러(약 8천340만원)가 들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논란이 일자 당초 총리실은 다른 매체에 트뤼도 총리가 빌라 체류 비용은 물론 모든 여행 경비를 직접 부담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곧 이를 수정, “가족 친구들이 소유한 장소에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머물렀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트뤼도 총리가 자신과 가족의 항공료에 대해 상업 요금에 해당하는 액수를 지불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총리실은 세 번째로 말을 바꿨다. 이번에는 총리와 가족이 가족 친구들이 소유한 장소에서 머문 것이 아니라 가족 친구들과 함께 머물렀다고 했다.
총리실은 이어 휴가를 떠나기에 앞서 “제반 규정을 확실히 준수하기 위해” 이해충돌·윤리위원회의 자문을 거쳤다고 주장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처음으로 논란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그는 뉴브런스윅주 세인트존 방문 중 보도진의 질문에 “많은 캐나다 가족처럼 우리는 성탄절 휴가 동안 친구 거처에 머물렀다”며 “모든 규정을 따랐다”고 말했다.
캐나다 이해충돌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친척이나 친구가 주는 경우 ‘선물이나 기타 편의’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 윤리위위원회 규정은 이런 경우 해당 사실을 공개하거나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정했다.
제1야당인 보수당은 이날 논란을 집중해 조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으나 다른 야당의 동조를 얻지 못했다.
대신 여야는 핀켄쉬타인 위원장을 상대로 하원 의원의 선물과 여행에 관한 일반적 윤리 규정과 관행의 범위를 논의, 위원회 활동 수위를 낮추는 내용의 수정안에 합의했다.
위원회에서 야당이 문제를 직접 추궁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우회적으로 다루도록 타협한 셈이다.
jaey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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