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산불 주민 “우리집 불 꺼준 소방관 영웅 찾습니다”

머린 엔더스비씨 집에서 정원호스로 홀로 진화 작업을 하는 소방관[CTV 홈페이지]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 산불로 대피 중인 주민이 자신의 빈집 뜰에서 홀로 정원 호스를 이용해 불을 꺼준 소방관을 공개적으로 찾아 나섰다.

23일(현지시간) 캐나다 통신 등에 따르면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웨스트켈로나 주민 머린 엔더스비(여)씨는 한 소방관이 자신의 빈집으로 번져오던 산불을 정원 호스로 진화해 준 덕분에 집을 온전히 지켰다며 소셜미디어에 사연을 소개했다.

그가 사는 웨스트켈로나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내륙 휴양 도시로 최근 주내 산불의 최대 피해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웨스트켈로나의 펫먼로드에서 7년간 살아온 그는 지난 17일 아침 인근 산간을 태우고 동네 주변으로 무섭게 번져오는 산불을 피해 집을 떠났다.

남편과 두 아이등 일가족 4명은 인근 도시 이스트켈로나의 부모 집에 머물며 산불 동향에 애를 태워야 했다.

밤 10시께 부부는 켈로나 도심 북쪽 산간 기슭으로 나가 산불을 지켜보다 불길이 이 지역 호수를 건너 기세를 떨치는 모습에 놀라 돌아왔으나 곧 현장에 머물던 남편으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불길이 페먼로드의 집 방향으로 번져와 집을 덮칠 기세라는 소식이었다. 화들짝 놀란 그의 가슴이 이내 뛰기 시작했다.

당시 순간에 대해 그는 살아오면서 그런 공포와 충격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남편에게 “불길이 언덕을 넘어 우리 집 가까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건 다음 날 새벽 2시 30분께였다.

남편은 뒤뜰 보안 카메라를 점검하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여보, 일이 생겼어. 지금 우리 집을 잃게 생겼어”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남편과 통화를 하는 동안 연로한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렸고 남편은 기도했다고 그는 전했다.

그러나 보안 카메라로 집을 점검하는 동안 집 앞으로 소방차 2대가 출동해 소방관들이 불길 차단 작업을 벌였고 약 1시간 뒤 현장을 떠나는 장면을 봤다. 하지만 주변의 불길은 여전히 크기만 했다.

이때 보안 카메라 속에 홀로 작업을 하는 소방관 1명이 나타나 부부는 다시 놀랐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소방관은 정원 호스를 잡고 물을 뿌려대더니 현장을 떠났다고 한다.

내내 현장을 지켜보다 잠이 든 때는 오전 4시께였다. 이어 오전 8시 잠을 깨고 보안 카메라를 켜자 집은 일대에 퍼진 연기 속에서도 멀쩡하게 서 있었다. 순간 그는 안도의 한숨과 편안한 기쁨을 느꼈다고 했다.

엔더스비는 “그 소방관은 우리의 천사이자 영웅”이라며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이어 “그를 만나 그날 그에게 일어난 사정과 스토리를 듣고 싶다. 우리의 추억과 집, 특히 아이들을 지켜줘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날 현재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는 375건이 넘는 산불이 기세를 떨치는 가운데 주민 2만7천여명이 집을 떠나 대피 중이다. 웨스트켈로나 등 오키나건 지역 일대에서 건물 181채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적으로 1천건 이상의 산불이 계속 타고 있으며 올해 들어 소실된 산림 피해는 총 1천500만 헥타르(15만㎢)에 달한다.

jaey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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