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에서 캐나다로 건너온 7세 어린이가 등굣길에 뺑소니 사고로 목숨을 잃자 캐나다 전역에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CBC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퀘벡주 몬트리올 시내 도로에서 전날 오전 8시 30분께 가족과 함께 학교로 가던 초등학생 마리아 레젠코브스카가 과속으로 달려오던 차량에 치여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마리아는 두 달 전 어머니와 다른 두 남매와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입국한 난민으로 몬트리올에 정착,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특히 그의 아버지는 우크라이나에 남아 러시아에 맞서 전쟁 임무를 수행 중이어서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고 방송이 전했다.
사고 직후 현장을 떠났던 운전자 후안 마누엘 베체라 가르시아(45)는 당일 오후 경찰에 자진 출두, 체포돼 법원에 출석했다.
사고 현장은 빌르-마리 구역의 스쿨존으로 최고 속도가 시속 30㎞로 제한됐지만, 가르시아는 출근길 러시아워 중 이를 초과해 과속으로 운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자 캐나다 내 우크라이나 교민사회는 물론 퀘벡주를 포함한 전국에서 애도가 쏟아졌다.
당일 밤 우크라이나 교민 40여 명이 추도 모임을 열었고, 사고 현장에는 시민들이 추모 꽃다발을 가져다 놨다.
유족들을 위한 온라인 모금 창구에도 성금이 답지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캐나다-우크라이나협회 퀘벡 지부의 마이클 슈웨치 대표는 “엄마와 함께 이곳에 안전하게 정착해 살려 했던 어린아이가 몬트리올에서 새 삶을 시작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더구나 성탄절을 앞두고 누구라도 겪기 힘든 끔찍한 악몽 같다”고 했다.
현지 우크라이나 정교회 볼로디미르 쿠치니르 신부는 아이의 부모에 정신적 도움으로 버팀목이 되고 싶다며 “곧 장례를 집전해야 하지만 솔직히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슬픔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아버지는 엄마로부터 사고 소식을 들으면서 “사실일 리가 없다. 아이가 아직 살아있다고 믿는다”며 충격에 싸였다고 전했다.
또 “아버지는 아이들의 자유를 위해 고국에서 전쟁을 치르면서 가족을 안전한 캐나다로 보냈는데 이런 변을 당했다”고 애통함을 표시했다.
프랑수아 르고 퀘벡주 총리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에서 건너온 사람이 이렇게 생을 마치다니 끔찍한 비극”이라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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