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습성
윤준경
새를 동경한 것은 막연한 욕심이었을 뿐
날 수 있는 힘의 논리를
연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가끔 그의 가벼움이 부러웠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부러웠을 뿐
나르는 연습조차 해 보지 않았고
나뭇가지 위에 납죽 앉아 보지도 않았다
인간 이상의 습성을 가지고 싶은 욕심에
나는 다만 새가 되고 싶었다
생각하면 새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다
부글부글 밥물이 넘치는 전기밥솥을 버리고
찍찍거리는 티브이를 버리고
언제 읽을지 기약도 없는 책들을 버리고
옷을 버리고 옷장을 버리고
지금 막 꽃피기 시작한 화분을 버리고
내장을 비우고 머리를 비우고
아주 작아진 몸과 머리가 되어
오래 익힌 인간의 습성을 버리면
날개는 저절로 돋아날 것이다
나무가 새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가 나무를 받아들인다
방금 저 멧새가
아무도 찾지 않는
대추나무 가지를 흔드는 것을 보아라
대추나무는 비로소 집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꾼다. 그 꿈 속에 창조의 욕구가 숨어있다. 나를 넘어서는 그 무엇을 향해, 인간이기를 넘어서는 그 무엇이 되고싶다고 한다. 그런데 시인은 그 꿈을 위해 자꾸 버리라고 한다. 그러면 그대는 사물을 바꾸는 힘을 갖게 된다고 독자를 꼬드기고 있다. 윤준경 시인은1994년 한맥문학 으로 신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