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린
당신이 한 입 허둥지둥 베어 물고 나간 자리
남겨진 내 입술이 살며시 포개어 있다
움푹한 상처 위로 지나친 시간들은 고여 들고
당신을 붙잡고 싶듯
두 손 꼭 여며 쥔
이 붉은 덩어리 한 알
당신의 팔 그늘 아래 철없는 세월을 사는 동안
터진 살은 여물고 하지만
매듭 이울 때마다
긴 흉터 위에 드문드문 끊어진
핏자국처럼 여위어간 당신은
허기진 이빨 자욱 차곡차곡 박혀가는 동안에도
그토록 해맑게 웃고 있었지
문밖의 바람은 새삼 거칠고
고달픈 눈보라는 또다시
당신을 할퀴고 덮을 테지만
나는 그저 이렇게
당신의 상처 안에 입술을 파묻고
혀끝 돌기마다 녹아오는
이 달디단 물이 뚝
내 뺨에 흐르는 아픈 눈물이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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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프다. 아픈 사람은 시인이 기대며 가는 사람이다. 그가 사과를 베어 물고 간 자리는 시인에게는 그의 상처인 까닭에 그 곳에 입술을 대고 고통을 함께 교감하면서 안타까워서 운다. 사과 하나로 끌어내는 영감의 울림이 새로워서 주목하게 되는 박애린 시인은 2014년 ‘우울에 관하여’ 로 경희해외동포 문학상을 받았고 몬트리올 ‘연극마을’ 단원이기도 하다. 이번 9월 초 몬트리올에서 공연되는 연극 ‘낮잠’에 출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