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그림은 교육패러다임을 크게 합리모델과 창조모델로 분류하였다. 합리모델 패러다임은 20세기의 산업사회에서 합리성(이성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체계이고 반면에 창조모델 패러다임은 현재 21세기 4차산업혁명시대에서 직관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되, 합리성을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의 교육에 대하여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허비한다. 한국 교육은 공장에서 시뮬레이션 작업을 하는 것과 같아 결과적으론 공장 인력을 만드는 일에 불과하다.” 고 평가를 하였다.
2018년 11월 현재 한국 교육은 과거 앨빈 토플러가 평가한 교육 문제를 개선하거나 해결하였을까?
지난주 11월 15일(목)은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이었다. 수능이 끝나고 한국 언론은 일제히 동일한 기사를 쏟아내었다. 이번 수능이 역대급 ‘불수능’(모든 영역이 어려운 수능)이라는 평가였다.
머니투데이는 영국·미국 해외유학을 다녀오고 영어를 잘하는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수능 영어 문제를 풀어보게 하였다. 만점을 자신했던 미국의 학부, 석사 졸업 기자는 91점, 70점 이상을 목표했던 영국유학 기자는 58점을 받았다. 다년간의 해외 거주 경험과 동시에 ‘토익(TOEIC) 990점 만점’ ‘토플(TOEFL) IBT 112점’ 등의 빛나는 스펙을 가진 사람도 만점 받기 힘든 게 이번 수능 영어문제이다.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킬러 문항이 필요한 건 맞지만 해외유학파도 고개를 갸웃할 만한 극악의 난이도라는 평가다.
이런 역대급 불수능을 치룬 학생들과 영어를 잘 한다고 하는 대학생들이 살아있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캐나다와 미국으로 영어 어학연수를 매년 꾸준히 오고 있다. 따라서 아직 한국 교육이 안고 있는 현안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2030년 이후 교육 패러다임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주제를 가지고 미래 교육에 대하여 진지하게 연구한 교육기관이 있다. ‘WISE(World Innovation Summit for Education)’ 비영리 재단이 “School in 2030″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WISE는 2014년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 64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고 9가지 영역에서 미래 학교와 미래 교육에 대한 변화를 예측하였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① 2030년이 되면 지식의 제1공급원이 온라인 교육이 된다는 예측을 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 과정에 대한 학점 인정과 관련이 깊다. 이는 영어 사용권, 대학 수준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경우는 국가가 학력 인정 기관을 매우 제약하고 있어서 고교 수준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학습을 위한 콘텐츠를 기존의 교육체계, 학교 교실을 통해서만 제공하겠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후진 교육을 면하지 못할 수 있다.
② ‘개인적 역량(personal skills)’이 교과지식(academic knowledge)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을 하고 있다. 개인이나 조직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업이 매우 중요한 시대임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현실성이 있는 결과이다.
③ 2030년이 되면 대학 졸업장은 기업이 훈련하고 인증하는 자격증과 경쟁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대학과 기업이 같이 협력해서 졸업장을 주는 방향으로 변화해 갈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과 같은 입시중심의 경쟁 교육을 하는 학교교육을 오래 지속시키기보다는 실제 개인의 성공과 국가발전을 위해서도 지금보다 더 일찍 사회로 내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④ 2030년이 되면 교사는 지금처럼 교단 위 현자의 자리를 내려와 학습자 곁으로 가서 학습을 안내하고 멘토링하며 함께 배우는 학습자의 성격을 가지는 쪽으로 변하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은 이런 변화가 매우 느리게 진행될 것이다. 입시중심의 교육 영향도 있지만 현직 교사들의 저항과도 관련이 있고 이는 교사의 권위를 내려놓는 일이고 한국과 같은 권위주의 학교 문화에서 교사는 더 힘들어지는 변화라고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⑤ 2030년이 되면 교육의 도구언어는 영어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현재도 매우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세상의 주요 콘텐츠는 영어로 된 것이 많다. 유행하는 온라인 무료 강좌도 대부분이 영어로 되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대학생들도 영어로 된 강의를 자유롭게 수강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영어가 지구촌 공용어로 자리 잡아 가면 English Divide, 즉 영어가 자유로운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간에 불평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역대급 불수능도 이 영어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게 안타깝다.
⑥ 2030년이 되면 교육비의 주 부담자가 누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부모 43%, 국가 30%, 회사 27%라는 응답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런 부담 비율은 어떤 학교냐에 따라 매우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수치가 중등교육에 대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교육비의 주 부담자가 부모가 될 것이란 응답이 43%나 된다는 것은 교육이 공공재에서 점점 더 민간재로 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국가별로도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사교육비 부담까지 고려할 경우, 부모부담은 세계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져서 입고 먹는 것을 줄여도 자녀의 교육비를 줄이는 것을 지극히 괴로워하는 한국의 부모에게는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다.
WISE 비영리 재단은 “현재와 같이 사전에 교육과정 내용을 자세히 표준화해서 이를 현장에 내려 보내고 이를 충실히 전달하는 교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전통적인 학교는 더 이상 이론적 지식을 가르치고 이를 수동적으로 배우는 장소가 되지 않을 것이다. 2030년 미래 학교는 학생들은 지침만 받고, 또래 학생들과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여 상호작용을 하면서 자신들이 필요한 전문가적 미래 역량을 키워가는 ‘사회적 학습 환경(social environment)’이 될 것이다. 혁신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 교육적 측면에서도 활발히 일어나 전통적인 교실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협동학습이 일어나고 미래 직업세계를 준비하는 ‘만남의 장소(meeting rooms)’가 될 것이다.” 라고 설문조사 결과에 대하여 평가하였다.
MIT의 라파엘 리프 학장은 “언젠가 당신이 원하는 수업만을 모아 자신만의 대학 커리큘럼을 짜는 날이 올 것이다. 대학 등록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스탠퍼드대학 교수에게 컴퓨터 강의를, 와튼스쿨 교수에게 창업을, 브랜다이스대학에서 윤리학을, 에든버러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날 말이다, 가르치고 배우고 취직하는 과정을 바꾸게 될것이다.” 이라고 말한다. 세계미래보고서 2055에 소개된 내용이다.
미래학자들은 위에 열거한 설문조사 결과처럼 향후 미래 교육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될것으로 전망하며 특히 온라인 교육의 변화가 가져올 청사진, 대학교육에서는 이미 교육 혁명과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한국 대학교육은 변화에 적응할 준비와 중장기 계획을 조속히 수립하여 학생과 학부모가 안심할 수 있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