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등 북미 3국이 공급망 강화를 위해 지역 경제 통합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0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제10차 북미3국 정상회의를 했다.
이들 3개국은 우선 그동안 공급망 사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반도체의 북미 대륙 내 생산을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의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에 근거해 미국·멕시코 국경 인근에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한편 올해 초 반도체 포럼을 개최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이 포럼에 대해 “전자제품, 자동차, 군수용품 등 반도체가 있어야 하는 모든 분야를 망라해, 관련 부품 제조 및 투자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반도체 공급망 지도를 재편성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관련 투자 촉진을 통해 외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와 맞닿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급망 대란을 겪은 미국은 반도체·전기차 배터리·희귀 광물·의약품을 공급망 강화 4대 핵심 품목으로 삼고 생산성 제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과 중남미 내 영향력을 동시에 견제한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북미 국가들은 아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공급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아무도 임의로 우리를 붙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요 의제 중 하나인 중남미 불법 이주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민자들이 합법적 경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가상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밀입국 알선 범죄조직 활동을 억제해 불법 이민 행렬을 줄이겠다는 목적이라고 부연했다.
미국에서 연간 1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는 펜타닐 등 마약으로 인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북미 마약 대화'(North American Drug Dialogue) 틀 안에서 약물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정보 공유 등 협력 수준도 높이기로 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고체 폐기물과 폐수에서 나오는 메탄 배출량을 저감하자는 목표 역시 제시했다.
멕시코의 국영 석유기업 육성 정책 등 이해관계 충돌로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에너지 분야의 경우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번 회의 의제에서 빠졌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과 관련한 협의체에서 따로 논의되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의에까지 (이 주제를) 끌어올 필요는 없다고 (실무진이) 협의했다”고 부연했다.
이날 3국 정상회의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는 양국 정상회담을 열어 갱단의 폭력과 정치력 부재로 혼란을 겪은 카리브해 국가 아이티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3월 캐나다를 방문하기로 했고, 트뤼도 총리는 미국산 나삼스(NASAMS) 첨단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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