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보(萬人譜)’ 서시
고 은
너와 나 사이 태어나는
순간이여 거기에 가장 먼 별이 뜬다
부여땅 몇천 리
마한 쉰네 나라 마을마다
만남이여
그 이래 하나의 조국인 만남이여
이 오랜 땅에서
서로 헤어진다는 것은 확대이다
어느 누구도 저 혼자일 수 없는
끝없는 삶의 행렬이여 내일이여
오 사람은 사람 속에서만 사람이다 세계이다
고은시인의 연작시편 ‘만인보萬人譜’가 총작품 4천1편, 전 39권으로 완간됐다. 만인보는 시인이 1980년 내란음모 및 계엄법 위반으로 육군표도소에 수감되었을 때시작한 것으로 등장인물이 5천600여 명에 이르는 30년 만에 완간된 대작이다. 수많은 정치인, 문인, 민주화 운동가, 학자, 전직과 현직 대통령, 대중 음악가, 미술가, 친일인물 그리고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의 초상을 담아놓은 한국의 역사적 인물 시의 첫 편, ‘만인보 서시’를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