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군가와 교신중이다

 

김용두

 

어쩌면 나무는 땅이 쏘아 올린 우주선일지도 몰라요.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던 날, 나는 나무들이 휘-익 휙, 신호음을 내며 땅과 교신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불안정한 대기 속에서 우주선은 심각하게 흔들리며 SOS를 치고 있었죠. 끔찍하게도 나는 초록색 우주인들의 사체를 발로 밟은 적이 있어요. 가끔 나도 우주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구라는 행성에 불시착한 내 몸도 우주선 같은 거예요.알 수 없는 곳으로 궤도이탈을 하기 전까지 우린 삶이란 여행을 계속해야 해요. 그래서 그런지 사는 일이 막막해질 때면 내 안에서도 무수한 신호음들이 시끄럽게 들끓어요. 나는 어느 별과 교신중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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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와 같은 심성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시인은 나무가 세틀라이트처럼 우주와 교신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우주소년 아톰에서부터 마징가제트 그리고 슈퍼맨을 섭렵한 세대는 어쩌면 찬란하게 빛나는 별 사이를 날아다니는 꿈을 아직도 꾸고 있는지 모른다.  김용두 시인은 2013년 ‘시문학’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