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시절1

꽃피는 시절1

                          이성복

그 사흘 꽃들은 괴로움과 잠자고

제 그림자에 얼굴을묻었다

꽃이 필 동안의 잔잔한 그리움을 지우고,

조바심을 지우고 꽃들이 흔들리는

경계안으로 더 짙은 산그늘이 필요했다

줄기를 버리고 잎새를 버리고 떠도는

그리움이 날벌레보다 가벼울때

마주보는 이여,고이 멎는 그대 입김에도

얼마나 아픈것이 있는가

 

꽃이 스스로 피워내고 지는 동안에 얼마만큼의 그리움과 아픔이 있었을까. 읽을수록 단어와 단어 사이가 겹겹이 멀어졌다 다가오곤한다. 고이 멎는 그대 입김이라면 결국 별리를 말하는 것일까…그 사이에 독자의 심정도 얹어보자.

이성복 시인은 1977년 ‘문학과 지성’에 시 ‘정든 유곽’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남해금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