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
겨우내 흰 눈만 싣고 다니던 트럭
동네 길에 버려져 때때로 눈을 맞더니
마침내 흰 고래가 되었다
누구의 이름을 저리 애달피 부르는가
밤하늘을 길게 오르는 고래 울음소리에
겨울 별들이 소름처럼 돋곤 하였다
끝내 잠자리 털고 일어나
뭍으로 밀려나온 고래를 찾아간다
떨어진 편지 같은 길을 천천히 걸어
고래는 울고 있었다
손가락으로 그 이름을 물으니
고래는 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겨울 지나 봄비 속을 거닐다
꿈같은 그날 밤에 대해
쓴다,
나는 고래와 함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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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에 겨우 봄이 왔다. 겨우내 눈을 퍼다 버린 산자락은 무탈하니 물결에 밀려서 죽은 영혼들이 쓴 편지를 고래는 전하러 왔나 보다. 차마 돌아가지 못하고 아직 파도에 떠밀리는 ‘세월호’ 소식을사람들에게 전해주는 고래와 함께 언제까지 걸어야할까… 시는 독자에게 닿아서 독자의 마음으로 그 모습을 바꾼다. 박지웅시인은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입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