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자반
오영록
좌판에 진열된 간 고등어
큰 놈이 작은 놈을 껴안고 있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던 수많은 인연 중에
전생에 부부의 연이었던지 죽어도 한 몸이다
죽음의 구속으로 얻어낸 저 모진 인연
부부로 함께 한다는 것이
고행임을 저들은 알고 있을까
지그시 겹으로 포개진 팔 지느러미가
고생했다고, 미안하다고 가슴을 보듬었다
죽어서야 온전히 이룬 부부의 연을
묵묵히 받아내는 모습이다
죽은 눈동자엔 파도가 출렁이지만
배를 열어보니
산고를 겪은 아내처럼 텅 비어 있다
마지막 살점마저 보시해야
열반에 드는 것인지
하얀 소금사리 와스스 쏟아진다
– 시인은 눈은 좌판에 겹쳐 놓여진 고등어로부터 인연과 열반까지를 본다. 한 핏줄도 아니면서 생의 대부분을 함께 해야하는 부부의 연이 어디 보통일인가. 인간이 한없이 약해서 서로에게 상처만 주고 가야하는 업보라면 가엾다 생각하며 풀고 가야지. 오영록 시인은 2010년 다시올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