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 주정부가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에너지음료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주정부는 카페인 과다 섭취가 청소년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개인 선택권 침해와 충분한 검토 부족을 이유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소니아 벨랑제(Sonia Bélanger) 퀘벡주 보건부 장관은 5일 주의회에서 에너지음료 판매 제한 법안을 상정하며 “청소년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벨랑제 장관은 “에너지음료 섭취와 관련된 위험성이 지나치게 가볍게 여겨지고 있다”며 “우리는 현재 실제적이고 우려스러운 공중보건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카페인 농도가 리터당 150mg 이상이면서 타우린, 비타민, 미네랄 등의 성분이 포함된 에너지음료는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또한 판매자는 구매자의 연령 확인을 위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해야 한다.
이번 법안은 2024년 발생한 한 청소년의 사망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당시 15세였던 자카리 미롱(Zachary Miron)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를 복용하던 중 에너지음료인 레드불(Red Bull)을 마신 뒤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이후 진행된 검시 결과에서는 ADHD 약물과 다량의 카페인이 함께 작용하면서 심장 부정맥을 유발했고, 이것이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 내려졌다.
이 사건은 퀘벡주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청소년 대상 에너지음료 판매 제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급격히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이날 주의회에는 자카리 미롱의 부모인 데이비드 미롱과 베로니카 마르티네스도 참석했다.
크리스틴 프레셰트(Christine Fréchette) 퀘벡주 총리는 두 사람의 지속적인 캠페인 활동에 감사를 표하며 “이들은 비극적인 개인적 경험을 사회적 변화로 연결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어머니 베로니카 마르티네스는 기자들에게 “이것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안은 현재 퀘벡연대당(Québec Solidaire), 자유당(PLQ), 퀘벡당(PQ) 등 주요 야당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의회 내 유일한 보수당 소속 의원인 마이테 블랑셰트 베지나(Maïté Blanchette Vézina)는 법안의 즉각적인 통과에 반대하면서 만장일치 동의를 거부했다.
퀘벡주 의회는 모든 정당이 동의할 경우 법안을 신속 처리할 수 있지만, 이번 반대로 법안은 정상적인 입법 절차를 거치게 됐다.
베지나 의원은 “충분한 검토 없이 판매 금지 조치를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정 약물과 상호작용하는 식품이 많다고 해서 모두 금지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몽이 일부 약물과 상호작용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그렇다고 자몽 판매를 금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캐나다 음료협회(Canadian Beverage Association) 자료를 인용해 “청소년 전체 카페인 섭취량 가운데 에너지음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1%에 불과하다”며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지 측은 해당 논리가 현실을 왜곡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퀘벡연대당 공동대표인 루바 가잘(Ruba Ghazal)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통계 문제가 아니라 실제 청소년의 생명과 안전 문제”라며 “에너지음료가 청소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규제 움직임은 의료계와 교육계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학부모 단체와 교사협회, 학교 운영기관, 공중보건 단체, 청소년 스포츠 단체들은 잇따라 판매 제한 필요성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퀘벡 약사회 역시 청소년 대상 판매 제한을 공식 지지하고 있으며, 약국 체인인 파밀리프릭스(Familiprix)는 지난달부터 자발적으로 에너지음료 판매를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고카페인 음료 소비가 증가하면서 수면장애와 불안 증세, 심박수 증가, 집중력 저하 등 다양한 건강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카페인에 민감한 청소년이나 특정 약물을 복용하는 청소년의 경우 부작용 위험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퀘벡 주정부는 오는 12일 의회 회기 종료 전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야당 일부가 추가 심의를 요구하고 있어 실제 시행 여부는 가을 총선 이후 결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퀘벡은 캐나다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청소년 에너지음료 판매 규제를 시행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