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전역이 오는 11월 2일(현지시간) 서머타임(Daylight Saving Time·DST) 해제를 앞두고 있다. 이로써 캐나다 대부분 지역은 11월 1일 밤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려 표준시(Standard Time)로 복귀하게 된다.
이번 시간 변경은 매년 반복되는 가을철 ‘폴백(Fall Back)’ 조정으로, 새벽 2시를 기준으로 자동 전환된다. 유콘(Yukon), 서스캐처원(Saskatchewan) 대부분 지역, 그리고 브리티시컬럼비아(BC)와 퀘벡 일부 지역은 예외로, 이미 표준시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디지털 기기와 스마트폰은 자동으로 시간이 조정되지만, 전문가들은 “수동 시계를 직접 확인해 월요일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출근하는 불상사를 피하라”고 조언했다.
서머타임 제도는 100년 이상 캐나다의 생활 속에 자리 잡아왔지만, 최근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학계에서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시간 변경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미국 피츠버그대 신경학 교수 조안나 퐁-이사리야웡세(Joanna Fong-Isariyawongse)는 “시계 변경 직후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아지며, 장기적으로는 암·비만·심혈관 질환·당뇨병 등 만성 질환의 위험도 커진다”고 경고했다.
서머타임은 1895년 뉴질랜드의 곤충학자 조지 허드슨(George Hudson)이 낮 시간을 늘려 곤충을 채집하기 위해 처음 제안한 제도로, 이후 제1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에너지 절약 정책의 일환으로 널리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그 효과가 미미할 뿐 아니라 인체 생체리듬 교란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2019년 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실린 연구는 1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봄·가을 시간 변경 직후 몇 주 동안 심근경색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2016년 핀란드의 전국 단위 연구(Sleep Medicine 게재) 역시 시계 변경 후 48시간 동안 뇌졸중 관련 입원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이 같은 건강 우려와 사회적 비용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서머타임을 완전히 폐지하고 단일 표준시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자유당 소속 마리-프랑스 랄롱드(Marie-France Lalonde) 하원의원은 지난 10월 1일 민간의원법안(private member’s bill)을 제출하며 “캐나다 전역에서 하나의 표준시를 채택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주·준주 및 원주민 공동체와 협력하는 전국 단위 회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시간 제도는 주정부의 권한이지만, 연방 차원의 조정 없이는 전국적 합의가 불가능하다”며 “캐나다가 주도적으로 변화의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타리오주는 이미 2020년 ‘시간개정법(Time Amendment Act)’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나, 무역상 긴밀히 연결된 뉴욕주와 퀘벡주의 동참을 기다리며 시행을 보류 중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역시 2019년 유사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같은 시간대를 공유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결정이 미뤄지면서 실행이 지연되고 있다.
데이비드 에비(David Eby) BC주 수상은 지난 3월 “지금까지는 미국 서부 지역의 결정을 기다려왔지만, 이제는 독립적으로 나아갈 시점이 왔다”며 “우리가 우리만의 시간에 맞춰 서 있을 때가 됐다”고 밝혔다.
앨버타주는 2021년 주민투표를 통해 서머타임 폐지 여부를 물었으나, 투표자의 절반 이상이 현행 유지에 찬성해 제도 개편이 무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서머타임 해제를 계기로 캐나다 내에서 ‘시간 변경제’ 폐지를 둘러싼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너지 절약 효과는 미미하고, 건강·생산성·사회비용 측면의 부정적 영향이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로 접어드는 캐나다는 앞으로 약 4개월간 짧은 낮과 긴 밤을 맞이하게 된다. 당국은 “대부분의 기기는 자동 조정되지만, 가정 내 시계는 수동으로 변경해 혼선을 방지하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