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산 주류의 대(對)캐나다 수출이 전년 대비 8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증류주협회(Distilled Spirits Council)가 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미국산 주류의 캐나다 수출액은 1,000만 달러 이하로 떨어지며 주요 수출국 중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미국산 증류주 수출이 전반적으로 둔화하고 있으며, 특히 캐나다 시장에서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며 “국제 소비자들이 미국산 제품 대신 자국산 또는 제3국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이어진 관세 분쟁 속에서 미국의 무역 정책을 ‘불공정하다’고 인식하는 소비자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산 주류의 수출 감소 폭은 캐나다가 단연 두드러졌다. 영국과 일본으로의 수출은 각각 23%,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12%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번 수출 급감은 올해 3월 캐나다 각 주와 준주가 미국의 포괄적 관세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정부 주류판매소에서 미국산 제품을 철수시키고 신규 주문을 중단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앨버타와 서스캐처원주는 이후 제한적으로 판매를 재개했으나, 대부분의 지역은 여전히 기존 재고만 판매하거나 아예 미국산 제품을 진열하지 않고 있다. 일부 주류관리위원회는 “무역 분쟁이 해결되기 전까지 신규 주문을 하지 않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로 캐나다 내 미국산 주류 판매는 지난 4월 기준 68% 급감한 반면, 캐나다산 및 기타 수입 주류 판매는 3.6% 증가했다.
이날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워싱턴 D.C.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관세 문제를 비롯한 무역 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기자들과 만나 “양국 관계에는 여전히 깊은 우정과 사랑이 있다”며 “이 문제는 결국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 조사 결과도 캐나다 국민들의 ‘국산품 애용’ 기조를 뒷받침하고 있다. 글로벌뉴스(Global News)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와 공동으로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최근 무역 갈등으로 인해 캐나다산 제품을 구매했다”고 답했고, 60%는 “의도적으로 미국산 제품을 피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82%는 “무역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캐나다산 제품 구매를 우선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증류주협회는 이번 보고서에서 “국내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수출은 미국 위스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핵심 경로”라며 “무역 불안정이 장기화될 경우, 증류업체들이 심각한 재정적 압박(financial strain)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협회는 2024년 기준 미국 주류의 전 세계 수출액이 24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캐나다·일본·영국·EU 4개 지역이 전체 수출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2000년 이후 미국산 주류의 해외 판매는 5배 이상 증가했으나, 최근 무역 분쟁으로 상승세가 꺾였다는 분석이다.
크리스 스웡거(Chris Swonger) 증류주협회 회장은 “미국산 주류를 캐나다 소매점에서 철수시킨 결정은 미국 업체뿐 아니라 캐나다 지방정부의 세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소비자와 요식업계 모두 불필요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복 관세 해제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실제 판매가 재개되지 않는 한 산업 회복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캐나다의 스피리츠 캐나다(Spirits Canada) 또한 미국산 주류의 복귀를 요구하며 “북미 주류 시장은 고도로 상호 연결되어 있어 한쪽의 제재는 전체 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해당 단체는 3~4월 사이 캐나다 내 전체 증류주 판매가 12% 감소했으며, 이 중 캐나다산 제품도 6%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미·캐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양국의 주류 산업뿐 아니라 소비자와 소매업계 전반에 걸친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 정책이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소비 행태와 시장 구조를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양국 정부가 조속히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