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원주민, 교황 사과에 “50년 기다렸다”

캐나다 에드먼턴의 한 원주민 교회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 [EPA=연합뉴스]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프란치스코 교황이 캐나다를 찾아 과거 교회가 캐나다 원주민 사회에 저지른 악행을 사과한 데 대해 원주민 사회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호평했다.

25일(현지시간) C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캐나다 원주민 단체 등은 교황의 사과를 “희망의 메시지”라며 “지속적인 화해와 치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교황은 이날 앨버타주 매스쿼치스의 옛 기숙학교 부지를 방문해 “기독교인이 원주민을 상대로 저지른 악에 대해 겸허하게 용서를 구한다”며 사과했다.

현지 단체인 원주민회의(CAP)는 성명을 통해 “기숙학교가 세대를 이어 원주민에 끼친 악몽을 인식하고 화해하기 위한 중요한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역사적 사과가 원주민 사회의 깊은 문화와 전통을 되찾을 수 있도록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970년대 초 실제 기숙학교에 수용됐던 한 여성 활동가는 “50년간 이 사과를 기다렸다”며 “마침내 오늘 듣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교황의 사과 현장을 찾은 그는 “착잡한 심경”이라며 “불행하게도 기숙학교에 갔던 많은 가족과 친구, 마을 사람들이 당시 트라우마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알코올 중독 등으로 시달렸고 이 사과를 듣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매니토바주의 한 원주민 단체 대표는 “많은 사람에게 치유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이제 교회가 구체적 약속과 진정한 보상이 실현되도록 화해의 정신을 향해 전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원주민아동가족보호회의 한 간부는 교황의 사과가 ‘행동’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며 “자신의 행위를 정말로 슬퍼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각오라면 행동을 통해 보이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해 5월 옛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아동의 유해가 집단으로 처음 발견된 뒤 전국 곳곳에서 집단 매장터가 잇달아 발굴돼 충격을 던졌다.

기숙학교는 19세기 초 정부의 위탁으로 가톨릭교회가 원주민을 백인 사회에 동화시키려고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 원주민 사회를 중심으로 교황의 공식 사과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jaey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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