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캐나다 경찰이 17일(현지시간) ‘백신 반대 시위’에 대한 강제 해산이 임박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캐나다 수도인 오타와의 중심가를 3주째 점령하고 있는 시위대는 꿈쩍도 하지 않는 모양새다.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스티브 벨 오타와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취재진에게 “해산 작전 개시가 임박했다”고 밝혔다. 시위대를 향해서는 “오타와에서의 시간은 끝났다. 당장 떠나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왕립기마경찰(RCMP) 등의 지원 인력을 계속 받으면서 경비력을 증강하고 있다.
이날도 경찰 버스 여러 대가 시위 현장인 의회 주변에 속속 도착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오타와 중심가에 대한 접근도 통제 중이다. 검문소 100여 개를 설치, 이 지역 직장인이나 주민에 대해서만 확인 후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 청사 주변에는 차단벽을 설치했다. 시위 추가 합류를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시위대에는 엄중 처벌을 경고하는 전단을 살포했다. 벌금·징역형 등 형사처벌뿐 아니라 트레일러 압수, 계좌 동결 등 강력한 경제적 제재까지 가할 수 있다는 경고도 계속됐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시위대를 향해 “불법 점거로 우리 경제가 위협받고, 무역 상대국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있다. 음식·의약품 등 생필품에 대한 접근도 어려워지고 있다”며 “시위대가 치안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시위대는 경찰의 엄포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의회 주변, 총리실 인근에 세워진 차량은 약 400대에 달한다. 이들로 인해 오타와 중심가는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이들은 이날 한꺼번에 차량 경적을 울리는 시위를 계속했다. 앞서 캐나다 법원이 주민 피해 방지를 위해 ‘경적 시위’를 금지했지만 소용없었다.
일부 시위 참여자는 경찰의 경고를 조롱하듯 이동식 욕조를 정부청사 앞에 설치해 몸을 담그기도 했다.
시위 주동자 중 한 명인 ‘팻 킹’은 AP통신에 “여기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있을 것이다. 저들이 우리한테 최루액 스프레이를 뿌려대는 걸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다른 시위자는 “아직 멀었다. 내가 낸 세금이 여기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3명이 현장에서 연행됐지만, 경찰은 아직 본격적인 물리력 투입에 나서지 않았다.
18일 예보된 최고 적설량 30㎝의 눈이 경찰 해산 작전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위대 일부가 어린이와 동반하고 있어 경찰이 강경 진압을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찰은 아동 복지기관과 미리 협의해, 아동을 현장에서 미리 피신시킬 예정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시위는 국경 통과시 백신 접종 의무화에 대한 반대로 시작됐으나 최근에는 트뤼도 정부에 대한 반대 시위로 확산했다.
큰 경제적 피해를 낳았던 미국-캐나다 국경의 ‘앰배서더 다리’ 등 다른 지역 시위는 해산했으나, 수도 오타와에서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id@yna.co.kr
Copyrights ⓒ 한카타임즈(https://hanca.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