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나치출신 이민자 명단 공개 검토…’부역자 초청’ 후폭풍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중앙)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우측)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캐나다 정부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자국으로 이주한 나치 부역자들의 명단 공개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37년간 기밀로 분류된 나치 관련 캐나다인들의 명단을 공개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986년 작성된 이 서류에는 나치 전범으로 의심되는 883명의 인적 사항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캐나다에서는 ‘나치 전범들이 전쟁 후 대거 캐나다로 탈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가 이뤄졌다.

캐나다 정부는 1986년 명단 일부를 발표했지만, 나머지는 기밀로 분류해 관리했다.

이후 캐나다의 유대인 단체들은 명단 공개를 주장했지만, 캐나다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공개 요구를 수락하지 않았다.

캐나다 정부의 입장에 변화 조짐이 나타난 것은 지난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캐나다 의회 방문 때 발생한 사고가 계기가 됐다.

당시 캐나다 의회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야로슬라프 훈카라는 98세 퇴역 군인을 초대했다.

앤서니 로타 캐나다 하원의장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러시아에 대항하며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위해 싸운 투사이자 전쟁 영웅”으로 훈카를 소개했다.

그러나 훈카는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친위대(SS) ‘갈라시아’의 제1 우크라이나 사단 소속 대원으로 활동했다가 캐나다로 이주한 인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유대인 단체와 인권 단체들이 캐나다 정부와 집권 여당인 자유당에 강력히 항의했고, 결국 로타 하원의장이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악화한 여론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재 캐나다에선 제1야당인 보수당의 지지도가 여당을 앞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캐나다 정부·여당도 40년 가까이 기밀로 분류됐던 명단 공개 문제까지 검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트뤼도 총리는 최근 기자들에게 “내각이 기밀 서류 공개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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