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식사
자끄 프레베르
그는 부었다 커피를
찻잔에.
그는 부었다 밀크를
커피잔에.
그는 넣었다 설탕을
밀크 탄 커피에.
작은 스푼으로
그는 저었다.
그는 마셨다 밀크 탄 커피를.
그리고 놓았다 잔을.
내게 아무 말 없이
그는 불을 붙였다
담배에다.
그는 만들었다 동그라미를
연기로.
그는 털었다 재를
재떨이에다.
내게 아무 말 없이
날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는 일어났다.
그는 썼다
모자를 머리에.
그는 입었다
레인코트를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그리곤 그는 떠났다
빗속으로
한마디 말도 없이
돌아보지도 않고.
그래서 손에
머리를 파묻고서
나는 울었다.
잘 알려진, 이브 몽땅이 부른 ‘고엽’의 작사자인 자끄 프레베르. 초년에는 잘 풀리지 않았지만 시집 ‘말Paroles’을 펴낸지 수주일 만에 10만 여 부가 팔려서 하루 아침에 가장 인기 있는 시인이 되어버렸다. 불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 과거형을 가르치기 위해서 예문으로 많이 읽히는 이 시의 말미에 ‘그는 떠났다’를 sorti 가 아닌, parti 동사를 쓴 것을 보며, 다시 돌아오지 않겠구나…. 라고 이해했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지금은 21세기, 두 남녀의 헤어짐이 아니고 두 남자의 헤어짐이라고 보면 이 시의 느낌은 어떻게 변할까? 20세기 가장 사랑받던 시인의 한 명이었던 프레베르씨는 이런 나의 상상력이 너무 멀리 나갔다고 불쾌해할까? 그러면 독자에게 와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시라고 반박해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