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나에게
가물 가물 비가 내리는 날
제라늄 두어 송이 발코니에 매달려 있어
꽃송이 비를 맞으며
붉은 슬픔이 되어 자란다
슬픔이 돌이면 징검다리가 되네
꽈리라면 휘파람을 불지
물가에서 슬픔은 눈부시게 일어나
발목을 적시며 다가온다
하얗게 쓰러지는 빈 들에서 슬픔은
갈대가 되기도 하지
슬픔이 나에게 말하기를
바람이 불 때만 흔들리라 한다
아무도 보지 않는
길에서만 쓰러지고
자주 비 맞으며 내일로 가라 한다
일몰에는 슬픔이
하루의 품에서 쉬라고 한다
슬픔이 곁에 있을 때
그만
제 모습을 지우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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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날아드는 돌이라면 상처가 깊겠지만 그 슬픔을 받아 징검다리를 놓자. 나의 슬픔은 어떤 모습으로 곁에 오는지 살펴보자. 때로 슬픔 속에 스스로를 성찰하게 된다면 그 또한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