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륙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깔쭉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 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 앉는다.
그 때 영화를 보러가면 선택의 여지 없이 대한 뉴스가 나오고 애국가가 나왔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마구 솟아나게 그 배경 또한 장엄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그 장면을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는 것 초차 생각해볼 기회는 과연 있었을까?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의 마지노선은 어디쯤일까… 새만도 못한 인간의 세상에 절망하며 조소하며 시인은 70년대에는 유신반대로 강제 입영되고, 80년대는 민주화 운동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문학을 향한 치열함만큼이나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자유에 대한 권리 또한 보류할 수 없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