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욕* 구두 수선방

 

백복현

 

수선할 구두 굽처럼 허술한 한글 간판

구두, 가방 수서, 여쇠 복사

해진 신발을 끌고 찾아온

받침 글자 떨어져 나간 겨울

영 헤어살롱, 노스욕 피시방, 질러 노래방  

노스욕 골목길 비좁아 가도

더 걸어야 할 구두 밑창의 꿈

벌어진 저녁의 뒤축 두드려가며

실밥 풀린 골목 한 모퉁이를 박음질한다

끈 떨어진 가방 겨드랑이 부축하여

이 여사 어깨에 걸어준다

헤어드레서 미스 김의 자존심 주저앉은 굽도

접착제로 붙여 세운다

언젠가 열고 들어갈

버젓한 집 대문 열쇠 복사하여 둔다

 

오늘도 한글 입간판 흔드는 바람 소리

노스욕 골목길은 수유리 버스 정류장 앞으로 바뀐다

곰국, 생선국 냄새 함박눈 속에 스며든 골목길

군고구마 냄새 대문을 열고 들어오고

엄마 등에 업힌 두 살 철이 칭얼대는 포대기도

재워주던 구두 발소리

동생 모자에 달린 방울처럼

그날의 함박눈이 내리고

십구 공탄 불에 젖은 기저귀 말리던 기억의 한 귀퉁이를

기워보는 노스욕 골목

다시 붙인 구두 밑창에서 아침이 떠오른다

부츠 목에 매달린 봄 햇살도

구두 수선방으로 따라 들어온다

 

* 토론토 북부의 한인 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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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 간판의 받침이 떨어져 나간 토론토 노스욕 거리 구둣방 간판을 지나며 시인은 떠나온 고국의 수유리 거리를 불러온다. 지난하던 풍경이 오래된 필름처럼 다시 감기며 가슴 한구석은 이민자 홀로 한 그릇 국밥을 앞에 둔 것처럼 김이 서린다. 백복현 시인은 이 ‘노스욕 구두 수선방’으로 2014년 해외동포 문학상을 받았고 현재 토론토 한인 문인협회 회원이기도 하다. 한카에 이 시를 싣도록 허락해준 시인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