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살 칼리지에 3천만 달러 벌금 부과… 몬트리올서 ‘빌 96’ 반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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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주 정부가 라살 칼리지(LaSalle College)에 약 3천만 캐나다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 가운데, 해당 조치가 부당하다는 반발 여론이 커지고 있다. 몬트리올 도심에서는 시민들이 언어법 개정안 ‘빌(Bill) 96’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영어권 공동체의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이날 몬트리올 도체스터 광장에는 약 5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빌 96은 폐지돼야 한다”, “영어는 퀘벡의 금단의 열매(English, Quebec’s forbidden fruit)”, “평화(Peace, Paix)”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정부의 조치를 규탄했다.

이번 논란은 라살 칼리지가 퀘벡의 공용어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된 ‘빌 96’에 따라 정해진 영어 프로그램 학생 정원을 초과 모집했다는 이유로 2년 연속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으면서 불거졌다. 퀘벡 고등교육부는 라살 칼리지가 2023-24학년도에 허용된 716명보다 많은 영어권 학생을 받아들였다고 지적하며 878만 캐나다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어 2024-25학년도에도 정원을 1,066명 초과했다며 2,111만 캐나다 달러의 추가 벌금을 통보했다.

라살 칼리지 측은 정부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클로드 마르샹(Claude Marchand) 총장은 “이번 벌금은 66년 전통을 지닌 교육기관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이라며 “이미 지난해 첫 번째 벌금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번 벌금도 해당 소송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샤론 브리엔(Sharon Brien) 씨는 영어권 권익을 옹호하는 캐나다 퀘벡당(Canadian Party of Quebec) 소속으로, “벌금 부과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정부의 조치는 상식 밖”이라고 비판했다. 시위를 공동 주최한 신시아 코스티건(Cynthia Costigan) 씨도 “이건 단순한 벌금이 아니라 영어 공동체를 점진적으로 말살하려는 시도”라며 “우리는 점점 목소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빌 96’은 2022년 5월 퀘벡주 정부가 통과시킨 공용어 보호법 개정안으로, 공립 대학과 보조금을 받는 사립대학의 영어 프로그램 정원을 제한하고 있다. 정원을 초과할 경우 정부 보조금 회수 및 추가 지원 삭감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고등교육부의 파스칼 데리(Pascale Déry) 장관은 이에 대해 “해당 대학은 이미 여러 차례 경고를 받았으며, 규정을 알고 있었음에도 위반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퀘벡 사립대학협회는 성명을 통해 “라살 칼리지를 포함한 모든 학생들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현장 연설에 나선 ‘언어정책 감시 태스크포스(Task Force on Linguistic Policy)’ 소속 데일 웨버(Dale Webber) 씨는 “이번 벌금은 우리 영어권 공동체에 또 하나의 못질”이라며 “지금 싸우지 않으면 우리의 정체성과 권리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45년 이상 퀘벡에 거주한 미국 출신 시민 브리엔 씨는 “양어 교육을 해온 부모로서 이런 조치가 계속되면 더는 퀘벡에 살 수 없다”며 “이젠 지쳤다. 이민자의 한 사람으로서 배제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토로했다.

퀘벡주 내 영어권 커뮤니티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빌 96’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으며, 관련 논쟁은 정치권으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