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수의 감정
서안나
홀수는 왜 왼쪽을 향하고 있는 걸까요
왼쪽은 외로움의 기원입니다.
홀수들의 감정은 왼쪽에서 시작됩니다.
숫자를 처음 만든 아라비아 사내, 1이라 쓰고 앞발을 핥는 낙타의 혀처럼 순해졌을 겁니다 7처럼 닫히지 읺는 고백이었을 겁니다 모래로 가득 찬 몸을 사막쪽으로 기울였을 것입니다 사막을 건너 사막의 왼쪽에 닿은 1人이었을 겁니다.
당신과 내가 웃다가 쓸쓸해지는 이유는 사막처럼 1로 남는 홀수의 감정 때문입니다. 1은 내성적이고 5마리의 사막 여우는 여전히 소심합니다.
나는 1에서 빠져나가려 망을 더듬는 1의 감정입니다. 3처럼 뼈가 열리는 중입니다.
-이제 시인은 숫자에까지 성격을 부여하면서 神 비슷해져 가나보다. 우리도 숫자를 놓고 시인의 마음을 흉내내어 본다면 1은 홀로 위태롭고 3은 부푼 가슴이고 8은 표주박의 비밀이라고… 이래서 할 수 없이 홀수는 왼쪽을 향한다거나 3이 열린 갈비뼈라고 한다고 해서 펄쩍 뛰어 일어날 일은 절대로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이 시는 쓸쓸한 표정을 지울 수 없다. 서안나 시인은 1990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