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 벗는 소리

허물 벗는 소리

박이도

새벽 늪가에 앉아보니,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빛의 그림자

물안개가 숨을 쉬고

일어서는 몸짓

이술 맺힌 나팔꽃이 벙그는

그 순간의 희열이

나팔소리처럼 허공에 퍼진다

허물 벗는 물잠자리의

작업

길고 긴 침묵의 소리

살아 숨쉬는 늪가에선

눈을 감아야 모두의 숨결을 느낀다.

허물 벗는 미세한 소리

생명의 숨결이 들린다.

          서울 지하쳘 6호선 은평구 신사동 역사에 걸린 박이도 시인의 시가 표구되어 걸려있다.  경희대학 후배가 사진으로 찍어서 블로그에 올린 것을 퍼왔다.

자연과 교감하는 시인의 언어 사이 사이를 천천히 지나며 독자 또한 눈 감고 그 고요한 사색의 숨소리를 마음에 담아본다. 바로 앞에서 우주가 벙글고 허물을 벗느다.

박이도 시인은1959년 자유신문 신춘문예와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황제와 나’로 문단에 나온 후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